'노대통령 6개월' 고종문 경제학박사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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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대선 이후 주요 외신들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비판적 측면이 다소 우세하다. 특히 초기에는 국제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지난 5월 盧대통령은 방미(訪美)외교를 통해 이런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하긴 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철저히 실리(實利)가 중시돼야 한다. 대통령의 철학도 중요하지만 혼자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갖지 말아야 한다. 또 외교문제를 접할 때 경제적 마인드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아울러서, 올림픽·월드컵 대회 유치때 민간기업과 인력들을 적극 활용했던 것도 상기했으면 한다.

이전 정부의 햇볕정책의 지속도 필요하다. 햇볕정책은 이미 검증된 남·북관계 개선 방법이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견실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제적 교류의 확대다. 북한도 이런 매력 때문에 우리와의 관계를 소홀히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동맹국들과의 외교적 마찰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핵협상 참여 문제에 대해 우리가 적극 나서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관계국들의 요구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핵과 국제관계 못지 않게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은 경제위기 탈출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상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이들의 불안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칫 개혁이 물건너갔다는 인상을 주면 우리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盧대통령의 친(親)노조 성향에 대한 불안도 해소시켜야 한다. 지난달 초 화물연대 파업으로 겪었던 혼란과 우려가 이번 조흥은행 사태로 재연되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勞)·정(政) 관계의 시스템화와 법 질서의 확립이 시급하다.

외신보도는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외환위기 때 근거도 없이 부정적으로 보도됐던 한 줄짜리 기사가 ‘감염 효과’를 발휘해 대외 이미지 악화, 증시 하락, 대외 신인도 추락으로 이어졌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잃거나 개혁이 후퇴의 기미를 보일 때에는 가차없이 비판적인 기사가 쏟아졌다는 점이다.

고종문 경제학 박사(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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