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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들이 제시한 개성공단 클러스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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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전략연구회 대표인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 [사진 조문규 기자]

서울대 전·현직 학장 및 대학원장의 연구모임인 국가미래전략연구회가 개성공단에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12일 펴낸 『개성공단: 통일로 가는 창조 클러스터』(도서출판 나녹)라는 책에서다.

'클러스터'는 유사 업종에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걸 말한다.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 연구개발을 하는 대학과 연구소, 지원 기능을 하는 벤처캐피털이나 컨설팅 기관 등이 한 곳에 모여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누리려는 게 목적이다.

국가미래전략연구회 측은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북한에게 확실한 역할을 주는 경협(經協) 모델의 확대를 위해 개성공단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연구회 대표인 강태진 교수(재료공학부)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은 단순히 북한을 돕는 시혜차원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활성화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이라며 "한국 경제가 처한 고임금·저성장 문제의 탈출구로 개성공단을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8일 중앙일보 7층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문답 요지.

개성공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개성공단은 지난 10여 년간 남북관계의 부침(浮沈)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공단은 한반도의 평화에 기여했고, 남북교류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개성공단을 통한 새로운 남북경협 모델의 창출은 남북통일 대비 차원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왜 패션분야인가?
“섬유패션산업 부문에서 남북 협력은 다른 산업 부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개성공단 입주 123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인 73개 업체가 섬유패션 관련 기업들이다. 이들은 2013년 기준 남북 총교역액 4억3941만 달러(4693억여원) 가운데 38.7%(8849억여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섬유패션 업체 상당수가 이미 동남아 국가를 비롯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패션·섬유기업이 경영압박을 해소하고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로 향하고 있는 건 맞다. 개성공단 패션섬유 클러스터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귀환(Reshoring)이나 유턴(U-turn)을 촉진하고 국내에 남아 고전하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한다."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개성공단이 보다 활성화하려면 노동집약적 위탁 가공산업에서 부품소재 산업단지로의 재편이 필요하다.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기술·자본을 융합하고 서로 다른 비교우위를 조합해 '섬유패션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면 ‘차이완(차이나+타이완) 효과’를 능가하는 수출 전진기지가 탄생할 수 있다.”
개성공단 클러스터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달라.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개성공단이 섬유 부품소재 단지로 혁신할 수 있다면 다른 산업분야에도 확산이 가능한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또한 섬유패션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개성공단 활성화는 남북한 경제발전과 정치적 긴장완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통일시 혼란을 줄이는 완충지역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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