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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대형 가전·명품업체 빠지고 할인율 미국 수준 못 미쳐…“미끼상품만 즐비” 불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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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에서는 매년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칭하며 대규모 세일행사를 벌인다. 이때가 되면 상점들의 장부가 적자를 의미하는 빨간색에서 흑자를 상징하는 검은색으로 바뀐다는 데서 ‘블랙’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그만큼 미국의 대표적인 쇼핑 대목이다. 지난해 전미 소매업협회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나흘 동안 509억 달러(약 60조원)의 구매가 이뤄졌다. 쇼핑객 또한 1억3370만명 규모다. 국내에서도 꽤 많은 수의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행사에 참여할 정도였다. 이때부터 연말까지 미국 연간소비의 20%가 발생한다.

 크리스마스를 한달여 앞두고 선물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발길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끌어오는 동력은 한정 초특가 상품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가전업체가 초저가로 TV와 스마트폰 등의 상품을 공급하면서 새벽부터 베스트바이 같은 대형 가전매장 앞에 텐트치는 풍경은 외신을 통해 익숙한 모습이다.

 1일부터 2주간 진행되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는 삼성·LG 등 대형 가전업체들의 동참을 유인하지 못하면서 ‘원조’ 미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런 대형 세일행사에서는 TV·에어컨·가구 등 가격대가 높은 제품들의 할인율이 중요한데, 제조업체가 파격적으로 인하된 가격의 제품을 내놓지 않는데 유통업체가 무슨 수로 더 싸게 팔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할인폭이나 적용 제품 역시 미국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모든 오프라인 상점과 온라인몰이 참여하며 할인율이 최대 90%에 달하지만 국내에서 진행중인 이번 세일 행사는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미끼 상품만 즐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명품 브랜드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비난이 거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첫날부터 온라인 쇼핑몰 게시판에는 ‘블랙 구라이데이’라는 유행어가 퍼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업체들 떨이 품목을 제외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세일이 전혀 없다”며 “2주간 ‘호갱님(호구+고객님)’ 찾기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도 국내 대표 온라인몰 10곳이 참여해 ‘대한민국이 반값 되는 날’이란 문구를 내걸고 유명 상품을 최대 70%까지 깎아준다고 홍보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반값 할인’은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한 ‘미끼’에 불과해 이들 업체들은 뭇매를 맞았다.

심재우 ·이승호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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