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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30~40대는 적립식 투자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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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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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포장지(Wrapper)’일 뿐이다.”

노지리 일본 피델리티 연구소장
매달 소액으로 2000만원 모으고
다음해에 또 적립해 종자돈 마련

 노지리 사토시(野尻哲史·55·사진) 일본 피델리티자산운용 은퇴투자교육연구소장은 ISA를 포장지에 비유했다. ‘비과세 혜택’이란 겉모습에 들뜨지 말고 적절한 투자 전략으로 내용을 채우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노지리 소장은 ISA 전문가다. 2009~2013년 일본 정부의 의뢰로 영국 ISA 제도를 분석해 일본판 ISA인 NISA를 설계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일본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월 NISA를 시행했다. 소득 제한 없이 20세 이상에 연 100만엔(약 988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지난 3월 현재 계좌 수만 879만개다. 운용 자금은 지난해 3월 1조34억엔에서 1년 만에 4조4110억엔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은 내년 한국형 ISA를 도입한다. 최근 노지리 소장으로부터 ISA 투자 전략을 들었다.

 - 어떻게 하면 ISA를 잘 활용할 수 있나.

 “30~40대는 적립식 장기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매달 소액을 투자해 연간 납입한도인 2000만원을 모은다. 다양한 투자로 수익을 내 자금 규모를 키운다. 그리고 다음해에 또 납입 한도인 2000만원을 모으는 식으로 종자돈을 만든다. 퇴직을 앞둔 50대는 40대처럼 자금을 적립하되 연간 비과세 한도 이익인 200만원을 인출해 은퇴 자금에 보탠다. 모자라면 9.9% 세율만 적용되는 초과분도 인출한다. 일자리가 없는 60대는 기존 자산을 ISA에 넣어 여기서 나온 분배금을 활용한다.”

 - ISA는 일정기간 목돈을 인출하지 않을 수 있는 상위 계층에 유리하단 지적이 있다.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젊은 층이라도 ISA로 적립식 투자를 해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 NISA 도입 전 일본 정치권에서도 ‘NISA는 부유층만을 위한 것’이란 논란이 일었다. 그래서 연간 가입 한도를 100만 엔, 비과세 기간을 5년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1년 만에 운용규모와 계좌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NISA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만큼 연간 가입한도를 200만~300만 엔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일본 정부는 2016년에 연간한도를 120만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 한국 ISA는 비과세 혜택을 받는 이익이 200만원 까지다.

 “NISA는 계좌 내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모두 비과세다. 이점이 한국의 ISA와 NISA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ISA가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좋은 도구란 인식을 갖게 하려면 제도가 유연해야 한다.”

 - 일본이 ‘주니어 NISA’를 추진한다는데.

 “영국은 2011년에 주니어 ISA를 도입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3월 법안이 통과돼 2016년 4월 공식 시행된다. 19세 이하 미성년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조부모와 부모를 포함한 누구든 연간 80만엔씩 계좌에 돈을 넣을 수 있다. 단 출금은 성인이 될 때까지로 제한한다.”

 - ISA 제도 정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일본의 경우 NISA 계좌 소유자의 약 60%는 60대 이상이다. ISA가 노동 가능 세대의 인기를 얻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ISA는 투자를 시작하는 젊은 층에 더 적합하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특정계좌에서 펀드·주식 등 금융상품으로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걷지 않는 제도. 1999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한국은 내년부터 시행한다. 가입 한도는 연간 2000만원. 5년간 최대 1억원이다. 계좌 발생 이익은 200만원까지 비과세다. 200만원 초과분도 이자·배당소득세율(15.4%)보다 낮은 9.9%가 적용된다.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만 가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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