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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서울의 주차장 보급률 127%, 그래도 주차하기 힘든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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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주말이면 가로수길이나 이태원 등지에 자주 가는 윤모(34)씨는 늘 주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건물마다 주차시설이 있는 것도 아닌데 유료 주차장마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방문지 인근 골목길에 불법 주차를 했다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낸 적도 있다. 그 뒤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목적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유료주차장에 차를 댄다.

그는 “이 일대에서 식사 약속을 잡을 때는 주차가 가능한지 꼭 확인한다”며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식당에서도 직원을 따로 두고 근처 공용 주차장 등에 차를 가져가서 주차하는 식의 발레 파킹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가로수길·서촌 같은 골목 중심의 상권이 발달하고 있지만 차를 가지고 갔다가는 윤씨 같이 낭패를 보기 일쑤다.

서울의 주차장 보급율은 127%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주차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주차 수요가 집중되는 곳에 정작 주차장이 없어서다. 주차장 보급에 있어 지역 편차가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서울시 전체 주차면은 382만면. 이중 아파트와 일반주택·대형 빌딩 부설 주차장이 총 357만면으로, 93.5%를 차지한다. 특히 아파트 부설 주차장이 189만면으로, 전체 주차면의 5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주거지역이나 대형 빌딩 중심으로 주차장이 형성되다 보니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방문지나 중소형 건물 밀집 지역은 주차장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절대 공급량이 부족한 탓도 있다. 전국의 주차장 보급률은 94%로, 울산(129%)과 서울(127%)·경기(104%)·부산(102%)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주차공간이 전체 등록 자동차 대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등록 차량 대수를 감안했을 때 주차장이 완전히 확보되었다고 보는 주차장 완전 확보율은 130% 수준이다. 황인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 등록 대수 만큼 주거지 주차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여기에 근무지나 방문지에 주차공간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이를 감안했을 때 130% 수준은 돼야 주차장 공간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은 실질적인 주차장 완전 보급 상태에 현저히 못미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유료 주차장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주차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불법 주정차에 관대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상황은 반대다.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불황에도 유료 주차장 사업은 고성장했다. 주차장 운영 기업 중 상장사만 7개에 달하고, 상위 9개 업체의 2014년 합산 매출액이 3조원 수준일 정도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파크24는 1996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12.6% 성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한국 역시 유료 주차장 사업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건 이때문이다. 한국도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는 등 주차 문화 개선 정책을 펴고 있다. 주차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상황은 이런데 국내 유료 주차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내 유료 주차장 사업자는 5000여개에 달하지만 기업형 사업자가 적고 개인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2000년 중반 이후에서야 대학이나 병원·대형 쇼필몰 중심으로 주차장을 위탁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기업형 사업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황인혁 연구원은 “현재 기업형 주차장 사업 규모는 1000억원 안팎으로, 일본의 3~4%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국 자동차 등록대수가 일본의 26.3%인 점을 감안하면 성장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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