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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탄생 기원의 실마리 풀리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럽항공우주국(ESA)은 2004년 3월 인류 최초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를 발사했다. 로제타는 우주 공간에서 65억㎞를 날아가 지난해 11월 시속 6만6000㎞로 이동하는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에 접근해 탐사로봇 필레를 착륙시켰다. 67P 혜성은 지난 8월 13일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 로제타가 보내온 사진에 따르면 6.5년마다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오리 모양의 이 혜성은 태양에 다가가면서 받은 열로 표면이 얼음덩이와 내부의 가스를 뿜어내는 ‘불꽃놀이’ 장관을 보였다.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먼지와 가스의 코로나가 커졌다.

67P 혜성에 착륙한 탐사로봇이 보내온 데이터에서 유기화학물질 발견돼

태양에 근접했을 때 기온이 80℃에 이르는 67P 혜성은 초당 수백㎏의 가스와 1t의 먼지를 내뿜었다. 이 가스는 혜성이 태양계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인 46억 년 전 상태일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했다.

필레는 혜성에 착륙하고 나서 7개월간 동면 끝에 지난 6월 13일 잠시 깨어났지만 그 후로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필레가 깨어났을 때 보내온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ESA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67P 혜성에서 기초적 유기화학물질과 탄소 미립자, 수소, 질소 등이 발견됐다. 어쩌면 여기서 우리는 생명체 탄생 기원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을지 모른다.

관측의 초기 결과는 이 혜성의 기온도 매일 오르고 내린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런 데이터는 과학자들이 혜성 표면의 속성과 내부 구조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필레의 선임 과학자 장-피에르 비브링은 “혜성 표면에서 최초로 이뤄진 탐사 결과는 우주에 관한 우리의 시각을 크게 바꾸면서 태양계 역사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준다”고 말했다.

필레는 67P 혜성에 착륙한 뒤 혜성 물질을 분석하는 장비 2개를 가동시켰다. 톨레미(Ptolemy, 안정 동위원소 탐사기로 혜성 내부 표본의 동위원소를 분석한다)와 COSAC(가스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 분광기로 혜성 토양을 분석하고 휘발성 물질의 구성 비율을 측정한다)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COSAC의 분석으로 16개의 유기 화합물이 발견됐다. 그중 4개는 이전에 다른 혜성에서도 탐지됐다. 톨레미는 수증기,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를 포함해 코마(Coma, 혜성의 머리 부분의 빛이 퍼져 성운 모양으로 보이는 부분) 가스의 주요 성분을 파악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화합물이 생명체의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 당분, 핵염기의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ESA의 선임 자문역 마크 매코프린은 “한가지 큰 의문은 이 물질이 혜성에서 생성된 것인지 우주에서 만들어진 다음 혜성에 포함된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아직은 알 수 없다.”

글 = 아이비타임즈 커클 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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