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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미 첫 선물은 보잉 여객기 300대 구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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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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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환영 만찬장에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보좌해 ‘핑퐁 외교’를 선보이며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이끄는 등 미·중 관계 회복의 초석을 놓았다. [시애틀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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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빈 방문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를 거론하며 첫 대미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이해를 드러내며 양국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신뢰를 높여 윈윈하는 신형 대국 관계를 만들자는 취지다. 동시에 미국 조야에서 분출하는 중국 때리기를 의식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동행한 중국 항공사들 계약 합의
“젊을 적 링컨·헤밍웨이에 매료
패권 추구 안 해 … 미·중 함께 가자”
공식 환영 만찬서도 애정 공세

 시 주석은 이날 여객기 300대 구매라는 방미 첫 선물도 예고했다. 중국민항보 등에 따르면 중국 항공사와 여객기 임대회사들은 방미 기간 중 보잉사 여객기 300대 구매에 나설 예정이다. 그 첫 순서로 리스 업체인 공은조임(ICBC 리싱)은 이날 보잉 737-800NG를 30대 구매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늘어나는 국내 수요에 맞춰 구매할 항공기의 도입 계약을 미국이나 유럽 순방 일정 때 체결해 외교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프랑스 방문 때 100억 달러 규모의 에어버스 7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후진타오 전 주석도 2011년 보잉사에 여객기 200대를 주문했다.

 시 주석은 이날 방미의 첫 도착지인 시애틀에서 가진 만찬 강연에서 “중국과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세계 평화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동맹으로 어깨를 맞대고 싸웠고, 수천 명의 미국 국민이 귀중한 생명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는 자유와 독립을 위한 투쟁에 미국 국민이 준 도움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이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강연에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 등 정·재계 인사 65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시 주석은 “젊은 시절 알렉산더 해밀턴의 『페데럴리스트 페이퍼』, 토머스 페인의 『상식』을 읽었고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등 정치인들에 관심이 많았다”고 독서 경력을 꺼내 들었다. 이어 “나를 가장 매료시킨 책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쿠바를 방문했을 때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바를 찾아가 헤밍웨이처럼 모히토 칵테일을 마셨을 정도였다고 했다.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즐겨 봤다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이 주도하는 반부패 투쟁을 언급하며 “우리는 호랑이건 파리건 다 잡았고 여기엔 공산당 내 권력투쟁은 없다”며 “(권력투쟁이 묘사되는)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해 장내 웃음을 자아냈다.

 시 주석은 중국 고사성어인 삼인성호(三人成虎·세 사람이 모이면 호랑이도 거짓으로 만들 수 있다)도 언급하며 “색안경을 끼고 상대를 봐선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을 의심하고 오판해 갈등을 자초해선 곤란하다는 경고를 담았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은 해킹에 연관돼 있지 않고 해킹을 지원하지도 않으며 사이버 범죄와 싸우기 위한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데 미국과 긴밀히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이버 절도와 정부에 대한 해킹은 국제조약에 따라 처벌돼야 할 범죄”라고 강조했다. 강연 도중 “중국과 미국의 충돌은 양국 모두와 전 세계에 재앙을 가져온다”며 “중국은 결코 패권과 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시 주석은 연설 마지막을 “옳은 일을 할 때 적기는 없다”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격언으로 마무리했다. 중국과 미국이 이젠 협력할 때라는 취지다.

 ◆중국 스마트폰 우회 홍보=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팬클럽이 운영하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는 이날 중국 업체의 스마트폰 사진이 올랐다. 시 주석 이름이 적힌 초청장 앞에 ZTE(중싱통신)가 판매하는 액슨 스마트폰이 놓인 사진이다. ZTE는 미국 내 점유율이 7.7%로 4위를 차지하며 삼성·LG를 추격하고 있다.

베이징·워싱턴=예영준·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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