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4개 쿠페, 공간 넓힌 해치백 … 아이디어가 시장 판도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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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각 업체. 현재의 자동차들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꾸준히 진화해 간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지고 다시금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까지도 만족시킨다. 새로운 도전에는 위험부담이 따르지만 성공할 경우 시장을 리드하며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다.]

신장르 개척한 모델들

CLS-클래스 '4도어 쿠페'로 돌풍
SUV 시장 판도 뒤흔든 'BMW X5'
실용성 높인 해치백 '폴크스바겐 골프'
하이브리드 원조 '토요타 프리우스'

지난 1965년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세계 시장의 절반 가량인 45%를 석권했다. 독일 칼 벤츠가 최초의 자동차를 만든지 꼭 80년 만이었다. 전후 공업화로 경제를 일으켜 세우며 추격에 나선 일본 회사들의 점유율은 7% 수준이었다. 그리고 50년 간 자동차 시장에선 ‘무한 경쟁’이 일상화됐다. 지금은 미국차의 상대적 퇴보와 독일차·일본차의 아성 속에서 다른 국가들도 잇따라 신차와 신기술을 선보이며 맹렬히 쫓아가고 있다. 이런 경향은 근래에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해외 모델을 중심으로 최근 더욱 거세지는 ‘신모델 도전기’를 정리해봤다.

메르세데스-벤츠의 CLS-클래스는 200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컨셉트카로 등장했다. 이 차는 4도어 쿠페라는 ‘신(新) 장르’를 개척했다. CLS-클래스는 첫 등장부터 많은 말을 만들어냈다. 기존의 정형화된 세단과 차별화한 독창성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또 E-클래스와 S-클래스 사이의 틈새 시장도 창출했다. 벤츠 관계자는 “1세대 CLS-클래스는 출시 뒤 6년 동안 17만대 이상 팔렸다”고 말했다.

4도어 쿠페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아우디와 BMW도 각각 A7과 6시리즈 그란쿠페 등을 내놨다. 포르셰의 파나메라와 애스턴마틴의 라피드 등도 연달아 출시됐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러한 움직임을 뒤따라서 대중 브랜드도 추종하기 시작했다. 폴크스바겐의 파사트 CC가 대표적이다. 현대 아반떼와 쏘나타 역시 쿠페를 연상시키는 둥근 지붕 디자인을 갖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세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면 BMW는 스포츠유틸리티(SUV) 시장을 흔들었다. BMW는 1999년 자사의 첫 SUV 모델인 X5를 출시했다. 당시 SUV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비포장 도로를 주행할 수 있고, 큰 공간을 갖는 자동차’쯤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BMW는 X5를 통해 스포츠 세단과 같은 SUV의 성능을 강조했다.

물론 출시 초기엔 대중이 도로 위를 달리는 성능에 초점을 맞춘 SUV를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할 자동차가 일반 도로에서 빠르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SUV로 성능을 추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활용성이 뛰어난 SUV가 세단 못지 않게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자 순식간에 시장의 인기를 독자치했다. BMW 측은 “SUV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오프 로드 주행을 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적중했다”고 밝혔다.

X5의 성공은 많은 SUV를 도심형 승용차로써 변화시켰다. 덕분에 투박하기만 하던 많은 SUV 디자인이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변했다. BMW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고성능을 담당하는 자사의 ‘BMW M GmbH’와 함께 고성능의 X5 M을 출시하기도 했다. 잘 달리는 SUV를 한차원 넘어 진정한 고성능 SUV로의 입지를 다져나간 것이다.

X5가 개척한 새로운 SUV 시장에 또 하나의 붙을 지핀 것은 포르셰였다. 스포츠카 브랜드다운 고성능을 기본으로 매우 높은 가격을 갖는 호화 SUV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톡톡 튀는 도전
시대 이끄는
신모델 봇물

1억원 이상을 넘어선 카이엔 역시 출시 초기에 많은 말들이 오갔던 모델이다. 당시만 해도 스포츠카 브랜드와 SUV 간의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에 “포르셰가 왜 SUV를 만드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카이엔은 대성공을 거뒀다. 상류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와 희소성, 그리고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활용성까지 두루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르셰의 성공을 목격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앞다퉈 SUV 개발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포르쉐 이후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한 브랜드는 벤틀리였다. ‘가장 호화롭고 빠른 SUV’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는 벤틀리의 SUV는 2012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컨셉트카를 공개하며 시장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올해 9월15일에 개막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벤테이가’를 정식 공개했다. 벤테이가는 출시 전 2000대 이상이 사전 계약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브랜드 마세라티 역시 ‘르반테’라는 이름의 SUV를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2016년 공개한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도 ‘우르스’로 SUV 시장에 뛰어든다. 아우디도 현재의 Q7보다 성능이 뛰어난 상위 모델 Q8을 준비하고 있다.

젊고 실용적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해치백 시장’은 폴크스바겐 골프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골프 GTI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대표적인 고성능 해치백으로서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소형 해치백이지만 스포츠카 못지 않는 주행 성능을 발휘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누가 타더라도 빠른 주행이 가능한 안정적인 성능은 물론 높은 완성도 덕분에 ‘중앙일보 2015 올해의 차’ 시장에서 성능상을 받기도 했다.

성능을 중심으로 또 다른 이색적인 도전을 해나가는 모델도 있다. 특히 친환경 기술에선 일본차들이 일찌감치 개척자 역할을 해왔다. 전기모터와 기존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의 원조격인 토요타의 ‘프리우스’가 대표적이다. 토요타는 1997년 말 세계 최초로 프리우스를 양산했다.

일본 인피니티의 Q50 S 하이브리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보통 하이브리드 기술은 연비를 높이기 위한 기술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인피니티는 고성능 엔진과 고성능 모터를 결합시켜 색다른 스포츠 세단을 만들어냈다. M35h는 영국에서 400m 직선 도로를 평균 13.9031초로 달려 가장 빠른 하이브리드카로 기네스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같이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은 시장의 ‘트렌드 선도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실험적 모델과 기술을 통해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시장의 파이 또한 넓히려는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오토뷰=김선웅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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