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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아베 총리가 용기내 사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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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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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나눔의 집을 찾은 우스키 게이코(왼쪽)가 위안부 할머니에게 안부를 묻고 있다. [유성운 기자]

“할머니, 지금 뭐 드시고 싶으세요? 나 알아보겠어요?”

일본 시민운동가 우스키 게이코, 매년 방한해 할머니들 건강 살펴

 20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은 우스키 게이코(67·여)가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산책 중이던 한 위안부 할머니에게 몇 차례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음성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눈만 맞출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우스키는 “지난봄에 찾았을 때만 해도 정정하셨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께 파스 같은 간단한 의료용품을 챙겨드리고 건강도 살피기 위해 매년 서너 차례씩 뵈러 온다”며 “이번엔 이틀 전 방한했다”고 말했다.

 우스키가 위안부 할머니들과 인연을 맺은 건 1984년이다. 프리랜서 PD였던 그는 미얀마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배애자(88년 작고) 할머니의 사연을 일본에 소개했다. 해방 이후 베트남으로 이주해 살다가 베트남전쟁이 터지자 자녀들을 데리고 베트남 난민들과 함께 귀국한 배 할머니의 굴곡진 삶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계기로 일본의 전후(戰後) 책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우스키는 90년대 초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와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재판을 벌이자 숙식과 변호사 선임 등을 도왔다.

 우스키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게 다 해결된 줄 알았는데 한국인들을 만나 보니 그게 아니었다”며 “전쟁에서 피해를 본 일본인의 유족들은 연금도 받고 있는데 당시 징용으로 끌려간 한국인 유족들은 생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동아시아연대를위한모임(CCSEA)’이라는 시민단체를 조직해 활동 중이다. 이 단체 회원들은 매년 방한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 왔다. 할머니들을 일본에 초청해 위로하기도 했다.

 우스키는 “역대 일본 총리들이 담화나 사죄 편지를 통해 사과했다고 하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편지만 보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죠. 편지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분이 많잖아요. 총리가 직접 찾아와 할머니 한 분 한 분을 만나뵙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말해 줘야죠.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아베 신조 총리가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특별취재팀=정강현(팀장)·유성운·채윤경·한영익·김선미·윤정민·김민관 기자, 사진·영상=정혁준 기자, 김상호·김세희 VJ fon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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