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소득 중 원리금 상환액 70% 넘으면 은행서 리스크 관리 대상으로 지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연봉 5000만원인 회사원 김모(42)씨는 올해 시가 6억원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고정금리 3%로 10년간 원리금(원금+이자)을 매월 똑같이 갚는 조건으로 빌렸는데 한도는 2억5000만원이었다. 그런데 만약 내년에 똑 같은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는다면 이보다 1000만원이 적은 2억4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내년부터 주담대에 ‘스트레스 금리(Stress Rate)’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담대를 취급하는 17개 은행 중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해온 곳은 SC은행뿐이었다. 17일 은행 관계자는 “지난 7월 나온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의 후속 조치로 최근 주담대 스트레스 금리 산출 공식을 금융당국과 공동으로 마련했다”며 “이르면 다음달 중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스트레스 금리는 매년 11월 기준으로 최근 5년간 한국은행이 공시한 월별 ‘예금은행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 중 최고치에서 11월에 공시한 금리를 뺀 숫자로 산출한다. 다만 최하 1%포인트로 하기로 했다.

 대출한도를 계산할 때 월급처럼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적용하던 ‘신고소득’은 5000만원까지만 인정한다. 고정수입이 없어도 신용카드 사용액 등이 많으면 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신고소득)해 대출한도를 정하는데 카드사용액이 아무리 많아도 소득간주액은 5000만원으로 제한한다는 얘기다. 최저생계비를 소득자료로 활용하는 관행에도 제동을 건다. 그동안엔 소득을 입증할 자료가 없는 사람도 최저생계비를 근거로 연소득 2000만원까지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봐줬지만 내년부터는 재건축·재개발 때 이뤄지는 집단대출(이주비·중도금) 때만 최저생계비 기준을 인정한다. 복권당첨금·상속금융재산 등 일시적이거나 우발적으로 발생한 소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빙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특히 은행별로 증빙소득(공공기관 발급 자료에 적힌 소득), 인정소득(공공기관 발급 자료로 추정한 소득), 신고소득(대출 신청자가 제출한 자료로 추정한 소득)의 합산 기준이 달랐지만 이를 통일시키기로 했다.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방식도 도입한다. DSR은 대출이 이뤄진 뒤 연간 소득에서 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은행은 DSR이 70%를 넘는 고객을 리스크 관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DSR 산정에 필요한 기준 금리는 매년 12월 은행간 협의를 거쳐 산출하고, 이듬해부터 적용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올 12월 31일 전까지 대출을 신청하거나 대출 상담을 받은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거치식 대출의 경우 2018년 말까지 3년간 유예기간을 둔다. 상속·증여 등으로 불가피하게 채무를 인수하거나, 주로 소득을 번 사람의 사망·퇴직·행방불명으로 생활자금이 부족한 경우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스트레스 금리(Stress Rate)=대출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3~5년간 금리 변동폭을 고려해 금리 상승에 대한 압박(stress)을 미리 반영하는 금리를 뜻한다. 금리 자체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대출 한도를 줄이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