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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GM 공장 중 한국만 매년 임금교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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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7일 ‘외국 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좌담회에서 에미 잭슨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잭슨 회장, 호샤 한국GM 사장,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대사 [사진 한국경제연구원]

“전 세계 30여 개 나라에 있는 GM의 생산거점 중 매년 임금교섭을 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관행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주한 외국기업이 투자를 늘리길 원한다면 노동시장 유연화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17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외국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특별좌담회에서다.

 좌담회에는 호샤 사장을 비롯해 비크람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대사, 에미 잭슨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유시탁 전 파카코리아 대표, 권태신 한경연 원장 등이 참석했다. 호샤 사장은 “한국GM의 인건비는 지난 5년 사이 50% 넘게 증가했다”며 “2002년 대비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1.4배 올랐지만 같은 기간 한국GM의 생산비가 2.39배 상승한 데엔 인건비 인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전체 자동차 생산량 중 국내 생산비중이 2002년 95%에서 2012년엔 45%로 떨어진 건 시사점이 크다”고 꼬집었다. 브라질 태생인 호샤 사장은 미국 GM 본사는 물론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등지에서 근무한 바 있어 국가별 노사관계에 대한 이해가 깊다. GM 본사는 생산비 상승 등을 이유로 독일과 호주의 생산거점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계 산업용 장비 생산업체인 파카코리아의 유시탁 전 대표는 “한국 노조의 강성 이미지가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파카코리아의 일부 사업장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극렬한 반대가 있었고, 그 뒤로 미국 본사는 파카코리아 법인 전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며 “이후 본사는 한국에서 기업 인수 검토가 이뤄질 때 가장 먼저 노조 유무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비크람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대사는 인도의 노동개혁 사례를 소개했다. 일례로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州)의 ‘300인 이하 근로자 고용 사업장’은 정부 허가 없이도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도 기존 ‘근로자 10인 이상’에서 ‘근로자 20인 이상’으로 완화했다. 덕분에 최근 외자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권태신 원장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이 추진한 노동개혁이 성과를 보는 데에는 최소 3년 이상이 걸렸다”며 “청년 일자리 증가 같은 결실을 내기 위해선 우리나라 역시 노동개혁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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