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북한에 등돌리는 中여론, 시진핑의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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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만큼 비밀이 많은 관계도 없다. 중국은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다스리다 보니 비밀이 많고, 북한은 체제유지를 하려다 보니 더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비밀 덩어리’인 양국의 사이를 알려고 하니 오죽 힘들겠는가. 그래서 북·중 관계를 좀 안다고 떠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수(高手)가 아닌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북·중 관계와 관련된 책이 나오면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새로운 것이 있나 싶어 책을 뒤지게 된다. 책에 따라서는 밤을 새기도 한다. 최근에 14자나 되는 긴 이름을 가진 새 책이 나와 그런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있다. 『시진핑은 왜 김정은을 죽이려는가』(곤도 다이스케 지음, 이용빈·노경아 옮김, 한국경제신문, 2015).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저자인 곤도 다이스케는 중국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문제를 평생의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그 동안 북·중 관계를 혈맹 혹은 전통우호적 관계로 쳐다본 사람이면 책 이름을 보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책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지도자를 죽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책 이름을 이렇게 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저자는 시진핑이 김정은을 죽이려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덩사오핑 같은 강력한 지도자를 꿈꾸며 조만간 이웃 나라를 공격할 생각을 은밀히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 ‘표적’으로 북한을 삼았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그 근거로 4가지를 들고 있다. ①미국이 그 국가 또는 지역의 우방이 아니어야 한다 ②중국이 전쟁을 일으킬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③중국이 100퍼센트 이겨야 한다 ④중국 국민이 싫어하는 국가나 지역이어야 한다.

저자는 중국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 주석은 북한과의 혈맹 관계가 문화대혁명 때 이미 끝났다고 보고 있다”며 “김정은처럼 분수를 모르는 무모한 폭군은 당장 오늘이라도 없애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워낙 비밀이 많은 북·중 관계이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소 논리적 비약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시진핑은 김정은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이 총서기로 취임(2012년 11월)한 지 한 달 뒤 장거리 탄도미사일 ‘은하3호(대포동 2호)’를 발사했다. 시진핑은 사전에 “미사일 실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허락할 수 없다”고 경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2013년 3월 국가주석으로 취임하기 한 달 전에는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그것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기간(2월 12일)에 말이다. 그 후 중국에서는 북한을 비난하는 자발적인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들은 북한 대사관 앞에서 “북한의 정신 나간 핵실험을 용납하지 말라”, “북한에 대한 원조들을 즉각 정지하라”, “진싼팡(김정은)을 타도하라” 등을 외쳤다.

중국의 여론이 이 처럼 과거보다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시진핑이 김정은을 죽이려 한다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격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 김정은이 2012년 12월 ‘은하3호(대포동 2호)’를 쏘기 이전에 중국과 벌인 협상과정,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이 2013년 5월 시진핑을 만나는 과정, 장성택의 숙청 과정 등은 상당히 신뢰성이 높고 유익하다. 그리고 장성택 사망 이후 시진핑의 지시로 만든 ‘북한 전망 보고서’는 중국의 실력과 속내를 들어다 볼 수 있다. 이런 내용들에서 일본 사람 특유의 디테일을 느낄 수 있다. 북·중 사이의 팩트가 궁금했던 독자는 감동을 받을 만 하다.

옥에 티라면 김정은의 어머니 고영희(高英姬)를 고용희(高容姬)로 표기한 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지칭한 것이다. 위원장은 김정일에 해당한다. 이런 실수는 팩트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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