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5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 in 구로

중앙일보

입력

1지난 9일 서울 지하철 구로디지털단지역 앞에서 과거 화려했던 구로공단의 봉제산업을 표현하는 패션쇼
가 열렸다. 이날 선보인 옷은 옛 구로공단 미싱사 강명자씨가 당시 작업했던 봉제 기술로 제작해 의미를 더
했다. 2행사를 후원한 한성자동차의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가 구로구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3드림그림 장학생이 역 인근 상점을 위한 간판을 제작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구로디지털단지역이 미술에 재능 있는 학생과 전문 작가가 그린 그림으로 새로 단장했다. 지하철역 주변의 회색 기둥은 과거 봉제산업의 중심이었던 지역을 상징하는 실타래 그림으로 꾸며졌다. 인근 노점상인의 상점에는 학생과 작가가 제작한 새 간판이 걸렸다. 한성자동차가 후원하고 서울문화재단, 서울시, 메트로가 협업해 진행한 ‘2015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 in 구로’가 지난 9일 열렸다.

"미술 영재·작가들 힘 모아 구로디지털단지역 기둥·벽에 실타래·반도체 회로도 그려 구로의 어제와 오늘 표현"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라는 행사명 그대로 평범했던 지하철역은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 현장이 됐다. 화려한 패션쇼가 열리고 합창단 노랫소리가 들리는 음악회로 변했다. 지난 9일 오후 5시 구로디지털단지역 앞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한성자동차 드림그림 장학생과 미술작가, 구로 시민 등 지역 관계자가 참여했다.
 
인근 노점에 새 간판 만들어줘
행사는 구로디지털단지역사와 주변 상가의 환경 디자인을 개선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진행됐다. 특히 단순히 주변 건물에 그림을 그리고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 아니라 구로디지털단지역 일대 종전 산업 현장 모습 등을 보여주는 디자인 작업과 프로그램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하철역 6번 출구 전면과 역 앞의 교각 벽에는 구로디지털단지역의 과거 모습과 현재를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6번 출구 전면과 천장에는 현재 첨단 IT 벤처 산업단지가 들어선 구로디지털단지를 보여주는 반도체 회로도로 꾸며졌다.
 지하철 교각 벽면에는 1960~80년대 구로디지털단지의 옛 이름인 구로를 상징하는 봉제산업을 착안해 기둥이 실에 감긴 듯한 형태로 그려졌다. 벽면의 반도체 회로와 실타래 그림처럼 이어지도록 디자인했다. 행사 측은 “벽에 그려진 그림이 구로디지털단지역의 과거와 현재 모습의 조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바뀐 지하철역 벽을 본 시민 김경자(53·여)씨는 “실타래를 연상하는 디자인이라는 설명을 듣고 과거 섬유공장이 많았던 구로공단이 생각난다”며 “현재 고층건물이 많이 들어선 모습을 보니 어떻게 이렇게 많이 발전했는지 새삼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인근 노점상인을 위해서는 ‘노점간판 꾸미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간판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에는 드림그림 장학생과 전문 미술작가가 참여했다. 드림그림 장학생은 한성자동차의 미술 장학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중·고등학생으로, 이번 프로그램에 15명이 참여해서 예술적 재능을 발휘해 행사를 도왔다. 미술작가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예술창작 공간인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입주한 작가 3명이 함께 작업했다.
 행사에 참여한 드림그림 장학생 유지나(16)양은 “지난달 드림그림의 멘토 선생님과 견학을 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저와 비슷한 또래의 소녀들이 미싱을 돌리고 바느질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옛 구로공단의 자리에 와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니 뜻깊다”고 말했다.
 미술 작업 외에도 구로구 지역 시민이 참여한 프로그램도 열렸다. 구로공단의 주축을 이뤘던 섬유산업을 보여주는 패션쇼인 ‘Show me the 봉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과거 구로문화공단의 미싱사로 활동했던 강명자(53)씨를 비롯한 여성 노동자와 예술가가 모인 구로문화공단이 참여했다. 패션쇼는 다양한 옷차림으로 옛 구로공단의 봉제산업 탄생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시 게릴라 프로젝트의 모습까지의 과정을 보여줬다.
 서울 구로 지역 섬유·봉제산업 위주의 업체가 모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CEO 50여명이 모여 구성한 G하모니단의 축하공연도 있었다. 이들이 부른 곡은 ‘가리베가스’로 70~80년대 구로공단의 활기찬 모습을 그린 노래였다.

한성자동차·서울문화재단 손잡아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한성자동차와 서울 문화재단의 업무 협약을 통해 시작됐다. 한성자동차가 미술 영재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인 드림그림과 서울을 예술적 활동으로 보다 쾌적한 환경으로 개선하려는 서울문화재단이 만나 전문 작가와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이 힘을 합쳐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려고 마련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황학동 중앙시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신당 아케이드 입주자인 한영권 작가의 기획 아래 시장 상인의 휴식공간을 만들고 내부 벽화를 드림그림 장학생이 그렸다. 특히 매년 20명의 장학생과 20명의 멘토 학생을 선발하던 드림그림 프로그램이 올해는 4주년을 맞아 장학생 40명, 멘토 학생 40명으로 확대해 종전보다 활발한 활동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한성자동차 울프 아우스프룽 대표는 “앞으로도 드림그림 장학생의 예술 재능기부를 통한 지역 주민과의 상생을 꾀하고 생활 속 예술의 가치를 전파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