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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패션 대모, 영국 총리 자택에 탱크 몰고간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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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적인 젊은이들의 펑크 패션을 주도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74·사진)가 지난 11일(현지시간) 하얀 탱크를 몰고 영국 옥스퍼드셔 위트니에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자택 앞까지 돌진했다. 영국 정부가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영국 북부와 중부지역에 27개의 개발 허가권을 내준 데 대한 반대 시위를 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셰일가스 매장지인 잉글랜드 북서부 랭커셔 주민들도 ‘셰일가스 난개발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가했다고 BBC 등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영국에선 개인이 탱크를 소유할 수는 있지만 무기를 장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웨스트우드가 탄 탱크도 운송용일 뿐 포탄을 발사할 순 없다.

웨스트우드가 셰일가스에 반대하는 이유는 물과 모래, 화학물을 분사해 암반을 부수고 가스를 끌어올리는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법) 때문이다. 프래킹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탄산가스를 배출시켜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엔 프래킹 공법으로 암반이 약화된 캐나다 컬럼비아 주 북부 지역에서 규모 4.4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웨스트우드는 총리 자택 앞에서 “프래킹은 기후변화를 가져오는 살인마”라며 “인류 생명을 위협하는 유독성 화학물질에 맞서 싸우는 것 외에 우리에게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웨스트우드의 '탱크 시위' 당시 캐머런 총리는 자택에 없었다.

웨스트우드는 1970년대부터 권위에 저항하는 펑크 패션으로 유명해졌고, ‘영국 패션계의 여왕’으로 불리며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1990·91년 연속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92년 대영제국훈장(OBE), 2006년 작위급 훈장(DBE)을 받았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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