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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피겨 김연아처럼 테니스 인기 올리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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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세계랭킹 69위 정현은 지난 2일 US오픈에서 1승을 거두면서 한국 테니스 부활의 청신호를 켰다. 열아홉살 정현은 “이형택 선배가 기록한 36위를 넘어 더 높은 랭킹까지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 69위 정현(19·상지대)은 한국 테니스의 대들보다.

 지난 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에서 1회전을 통과해 한국 선수로는 7년 만에 메이저 테니스 대회 단식 본선에서 승리를 따냈다. 2회전에서는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자 스탄 바브링카(30·스위스·5위)를 상대로 3시간 동안 3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아쉽게 졌다. 바브링카는 “정현은 앞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이 가능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날 정현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만난 정현은 “테니스는 한국에서 비인기종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검색어 1위라는 말이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테니스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종목이다. 4대 메이저 대회(호주·프랑스·윔블던·US오픈)는 전 세계 160여개국에서 10억명 이상이 시청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난 2008년 이형택(39)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뛰는 선수가 없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줄었다. 정현은 “김연아가 피겨를 알리고, 박태환이 수영을 알린 것처럼 내가 잘해서 테니스를 인기 종목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 바브링카와 막상막하 대결을 펼쳤다.

 “바브링카를 만나서는 긴장하지 않았다. 생각했던 모든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아쉽지도 않았다. 바브링카가 나를 칭찬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뿌듯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테니스 경기 중 최고였다. 하지만 앞으로 이 경기보다 더욱 대단한 인생경기를 할 것이다.”

 - 랭킹 167위에서 69위까지 뛰어올랐는데.

 “20세가 되기 전에 세계랭킹 100위안에 들고 메이저 대회 본선에서 1승을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다 이뤘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복식 금메달을 딴 게 테니스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병역 혜택을 받으면서 100위권 선수들이 뛰는 투어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랭킹이 높은 선수들과 붙어서 매일 졌고,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됐다. 이전까지는 이기는 경기가 많아서 어떤 점이 부족한지 잘 몰랐다.”

 -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서브다. 속도를 시속 200㎞까지 늘렸다. 하지만 코스가 단조로우면 상대에게 간파당한다. 속도가 느려도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게 중요하다. 하루에 30분씩 서브 훈련을 하는데 사소한 버릇을 교정하고 있다.”

 - 자신만의 무기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승부처에서 100% 성공할 수 있는 무기가 아직 없다. 강서브나 실수 없는 스트로크 등이 무기가 될 수 있다. 바브링카의 서브 에이스는 26개인 반면 난 3개 뿐이었다. 하지만 무기가 없는 내가 바브링카와 3세트 내내 타이브레이크 접전을 펼쳤다. 서브가 좋아진다면 바브링카를 이길 수도 있다는 뜻 아닐까.”

 -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대회에 참가하는데 스트레스는 없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직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 하지만 테니스를 안 하고 공부를 했다면 평범한 사람이 됐을 것이다. 농구·축구 등 다른 종목도 못한다. 내겐 테니스밖에 없다. 지는 게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계속 지면서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US오픈 활약으로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친구들이 검색어 1위에 올랐다고 이야기해줘서 알았다. 아직 테니스는 한국에서 비인기종목이다. 피겨·수영·리듬체조 등도 비인기종목이었는데 김연아·박태환·손연재 등이 나오면서 인기가 올라갔다. 나도 그들처럼 잘해서 테니스를 인기종목으로 만들고 싶다.”

 - 올 시즌 활약에는 사랑의 힘도 크지 않나.

 “테니스 선수 장수정(20)과 좋은 만남을 가지고 있다. 같은 테니스 선수라서 이야기가 잘 통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해외에 많이 나간다고 부러워하지만 정작 난 관광이라곤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서로 해외 대회를 많이 다녀서 고충을 잘 안다.”

 -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내년엔 쟁쟁한 선수들이 많은 투어 대회를 중점적으로 뛸 계획이다. 투어 대회를 뛰어보니 확실히 대우가 다르더라. 공항에 리무진이 나오고, 연습 코트도 조직위에서 구해준다. 숙소와 음식은 5성급 호텔 수준이다. 악착같이 100위권 안에 버텨서 좋은 대우 받으면서 경기하고 싶다. 최종 목표는 이형택 선배의 36위보다 더 높은 랭킹에 올라가는 것이다. 앞으로 15년 정도는 더 뛸 것이다. 지금까지의 테니스 인생만큼 또 가야 한다. 하지만 테니스를 즐기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정현은 …

생년월일 : 1996년 5월 19일
출생지 : 경기도 수원
체격 : 1m86㎝·78㎏
출신교 : 수원영화초-수원북중-삼일공고-상지대 재학
가족 : 정석진·김영미씨의 2남 중 막내
취미 : 웹툰 보기, 영어공부

주요 경력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 준우승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복식 금메달
2015년 윔블던 본선 1회전 진출
2015년 US오픈 본선 2회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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