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용·인도용·중국용 … ‘쿠션’도 가지가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아이오페 브랜드의 수퍼 바이탈크림은 히트 상품이다. 촉촉하고 영양이 풍부해 40~50대 여성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런데 이달 초 산뜻한 촉감의 제품이 추가됐다. 향도 바꿨다. 이미 잘 나가는데 제품인데 왜 이런 변화를 줬을까.

 9일 기자와 만난 강병영(46) 아모레퍼시픽 아시안뷰티연구소장(상무)은 “겨울철에 건조한 한국과 달리 습도가 높은 중국 남부나 동남아시아에서는 농후한 질감과 특유의 향을 싫어했다”며 “아시아 시장 맞춤형 제품을 만들었더니 가벼운 질감을 선호하는 한국 20~30대에게도 인기를 모아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1월 아시안뷰티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 1등’ 상품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우선 피부색에 민감한 쿠션 화장품의 글로벌 색상을 개발하는데 착수했다. 강 소장은 “인도의 경우 파운데이션 색상을 20~30가지로 세분화 할 수 있을 정도로 피부색이 다양하다”며 “미국의 백인은 일광욕을 좋아해 한국 여성보다 어두운 색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토가 넓은 중국의 경우는 동·서·남·북 지역의 기후가 모두 달라 맞춤형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모공이 넓어지기 쉬운 동남아시아용으로 지난 7월 내놓은 이니스프리 화산송이 무스 마스크도 아시안뷰티연구소의 작품이다.

 강 소장은 “반도체와 달리 화장품은 어떤 제품이 미래를 이끌어 갈지 명확하지 않다”며 “소비자의 취향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과 기후 뿐 아니라 미용 습관이나 소득 수준까지 연계해 시장을 세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의 기호를 기술로 풀어가겠다는 전략은 연구 개발(R&D) 강화로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아예 쿠션 화장품만 전담하는 C-랩도 만들었다. 아시안뷰티연구소와 C랩이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 올 상반기 새로 내놓은 색상만 3가지다.

 새로운 글로벌 먹거리도 아시안뷰티연구소에서 연구 중이다. 세계 최초로 인삼화장품을 내놓은지 50년을 맞아 내년에 설화수 브랜드로 혁신적인 인삼 화장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녹차 화장품도 개발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화장품 회사 중 유일하게 자체 차 농원을 가지고 있다. 강 소장은 “제주에 우리 다원이 있기 때문에 녹차의 뿌리부터 꽃까지 모두 화장품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넥스트 쿠션’은 인삼·녹차 등 고유 성분의 기초 화장품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오산=구희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