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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여관살인사건] 오락가락 진술 용의자 정신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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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범행 과정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살인 용의자에 대해 법원이 정신 감정을 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서울 서초구의 한 여관에서 발생한 투숙객 추락사 사건을 놓고서다.

5층에 투숙했던 張모(27)씨가 창 밖으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은 함께 묵었던 安모(22).金모(22)씨를 용의자로 지목해 구속했다. 金씨가 "安씨가 시키는 대로 張씨의 발을 휴대전화 충전기 줄로 묶고 창 밖으로 떨어뜨렸다"고 진술했고, 安씨 역시 범행을 자백해서다.

세 사람은 고향(경남 거제) 선후배 사이로 사흘간 서울 나들이를 한 뒤 귀향, 전날 밤을 이 여관에서 지냈다.

그러나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張씨의 다리에 묶였던 흔적이 없자 재수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金씨에게서 "신체적 약점(다리 불편)을 놀리는 데 격분해 張씨를 창 밖으로 던졌다"는 재진술을 받아 金씨만 기소했다.

"술에 취해 잠만 잤기 때문에 범행과는 관련이 없다"고 자백을 번복한 安씨는 무혐의 처리했다. 경찰 수사 결과를 뒤엎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공판에서 金씨는 "張씨를 죽이지 않았다"며 다시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억울한 것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억울하지 않다"고 했다.

결국 서울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李炫昇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정신상태가 의심돼 국가 비용으로 정신 감정을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거의 자백에만 의존해 수사가 이뤄진 이 사건은 첫 수사를 했던 경찰과 재수사를 한 검찰의 신경전도 불러왔다. 金씨의 변호인이 얼마 전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미숙아인 金씨만 기소하고 安씨는 무혐의 처리한 검찰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초기 수사 경찰관들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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