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열병식날 "인민해방군 30만명 감축" 전격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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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3일 베이징에서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과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개최했다. 중국은 열병식을 통해 항일전쟁 승리의 의미를 되새기고 첨단 무기를 통해 군사력을 과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오전 9시(현지시간)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천안문(天安門) 안쪽에 있는 단문(端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 주석 부부는 박근혜 대통령 등 현장에 도착한 49개국 대표단을 차례로 맞았다. 단문 앞 남쪽 광장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오전 10시 천안문에서는 70발의 예포와 함께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 막이 올랐다. 열병식은 시 주석의 최대 정치 이벤트였다. 천안문(天安門) 성루에는 시 주석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북한의 최용해 노동당 비서 등 정상급 외빈 50여명과 각국 외교사절 등이 올랐다.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 전직 지도부와 시 주석, 리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현직 지도부 7명도 모두 참석했다.

시 주석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순으로 외빈들이 섰고 시 주석의 왼쪽에는 장쩌민, 후진타오 등 국내 지도자들이 자리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쯤 개막사를 통해 전승절 기념식과 열병식의 공식 개막을 선언했다.

시 주석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 30만명을 감축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은 조국의 안보와 인민의 평화로운 생활이라는 신성한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신성한 사명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은 거울과 같아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면서 현재 시대의 흐름은 평화와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는 평화롭지 않고 전쟁의 '다모클레스의 칼'이 인류의 머리에 드리워져 있다면서 역사를 거울로 삼아 결연히 평화를 유지보호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을 의미하며 절박한 위험을 상징한다. 그는 “평화를 위해 인류가 공동운명체 의식을 수립해야 하며 편견과 차별, 증오, 전쟁은 재난과 고통을 가져올 뿐이라면서 상호존중, 평등, 평화발전, 공동번영이 인간의 정도라고 강조”했다.

짙은 색 중산복 차림의 시 주석은 이후 무개차에 올라 부대원들을 사열했다. 시 주석이 "동지들 안녕하세요, 수고 많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열병대원들은 "인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충성을 다짐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번 열병식에는 군 병력 1만2000여명과 500여대의 무기 장비, 200여대의 군용기가 총동원됐다. 공개된 전체 중국산 무기 가운데 84%가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50여 분간의 육상과 공중 분열 이 끝난 뒤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비둘기 수천 마리와 7만 개 풍선이 천안문 상공을 날았다. 중국의 군사굴기와 중화부흥이 세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국제적 공감을 얻기 위한 ‘비둘기·풍선 쇼’로 70여 분의 열병식은 막을 내렸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사진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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