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영 기자의 오후6時] 벼랑을 건너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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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택시'

글보다 여백이 많은 이 글귀는 신춘문예 박지웅 시인의 시 입니다. 박지웅 시인은 '즐거운 제사'라는 시로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이 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예년에 비해 응모량이 많았던 그 해에 마지막까지 논의가 됐던 작품이 박지웅와 노양식의 시였다고 합니다. 당시 심사평에는 "이미지와 리듬, 사유 혹은 심리의 전개 과정, 그리고 말을 넘어서는 침묵과 여백까지, 그 모든 것이 언어예술로서의 시에서는 음미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며 박지웅 시인의 즐거운 제사 외 6편은 섬세하면서도 격조 있는 언어감각으로 눈길을 끌어 마음이 스며있는 언어와 묘한 분위기를 빚어내는 글은 쉽게 볼 수 없는 솜씨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는 당시 당선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페르시아왕자’라는 게임이 있었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도저히 건너뛸 수 없는 벼랑이 나타난다.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그 벼랑을 건너는 길은 어이없게도 그냥 달리는 것이었다. 달리면 그 허방에 길이 생기는 것이었다. 목숨을 걸 때 비로소 길은 몸을 내어주는, 시 앞에는 이런 투명한 길이 있고 그 의심을 견디게 해준 것은 시에 대한 믿음이었다."

강남통신 송혜영 기자 sincerehere@joongang.co.kr

[송혜영 기자의 오후 여섯 詩]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사무실의 멍청이들
시인이 사랑 고백을 거절하는 법
그대와 나 어두운 밤바다에서 만나
금요일엔 돌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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