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48곳…전쟁뿐 아니라 인간의 탐욕도 가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겔라티 수도원
리버풀 항구도시
리버풀 항구도시
여우원숭이

“IS는 가장 야만적이고 조직적인 방법으로 고대 유적지를 파괴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나는 세계에서 가장 슬픈 문화재청장이 됐다. 말로 표현 못할 만큼 무력하고 비관적인 기분이다.” (마문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최근 2000년 된 시리아 팔미라 고대 유적지를 파괴하자 전세계가 분노했다. IS는 ‘사막의 진주’라 불린 팔미라 바알 샤민 신전의 모든 기둥에 폭발물을 설치, 폭파시킨 다음 폐허가 된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이번에 파괴된 신전 외에 IS가 장악한 시리아의 수많은 문화 유적들도 풍전등화 신세다.

유네스코는 30일 현재 48곳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무분별한 개발이나 전쟁ㆍ자연재해ㆍ기상 이변 등으로 파괴될 위험이 있는 유산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분류한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유네스코의 특별 관리를 받는다. 전문가들이 현지에 직접 가 유산 복원을 지원하고 이후 보존 상태가 개선되면 목록에서 해제하는 식이다.

예루살램
카수비 왕릉단지
플랙서블

올 들어 이 목록에는 이라크 고대 유적 하트라와 예멘 남부의 고대 유적 도시 시밤·사나가 추가됐다. 모두 IS·내전 등으로 인해 파괴됐거나 손상된 곳이다. 하트라는 페르시아의 전신인 파르티아 제국이 건설한 원형 요새 도시로 로마제국과 중국 한나라를 잇는 교역의 중심지다. IS가 장악한 제2의 도시 모술에서 남서쪽으로 110㎞ 떨어져 있다. IS는 지난 4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석조 조각들을 망치로 내리치고 곡괭이로 깨부수는 영상을 공개해 공분을 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예멘의 수도 사나는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다. 해발 2300m의 사나 옛 시가지에는 모스크 106개, 공중목욕탕 12곳, 주택 6000여채가 보존돼 있다. 진흙과 벽돌로만 지은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차있다. ‘사막의 맨해튼’, ‘인류 최초의 고층 빌딩 숲’으로 불리는 고대 요새도시 시밤은 고대 왕국 하드라마우트의 수도다. 그러나 예멘은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이 수년째 계속되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변했다. 사나 옛 시가지와 고대 무덤들은 포격으로 파손됐다. 유네스코는 예멘 사태와 관련해 “유적지를 파괴하는 건 예멘 인들의 정체성ㆍ존엄ㆍ미래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이 가장 많은 나라는 시리아다. 팔미라를 비롯해 알레포ㆍ다마스쿠스ㆍ보스라 등 총 6곳의 문화 유산이 위험한 상태다. ‘대추야자가 무성한 마을’이란 뜻의 팔미라는 사막 중앙에 위치한 오아시스 지역으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동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곳에 있다.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교역 도시로 다양한 문명의 영향을 받았으며 귀중한 문화 유적들이 몰려있다. 시리아 문화재의 시련은 2011년 내전이 발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유적 보호에 관심이 없는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성채나 좁은 골목을 활용하면서 파손을 방치한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 위기에 처한 유산들도 있다. 은광이 많았던 남미 볼리비아의 광산도시 포토시는 바로크 양식과 인디언 문화를 접목시킨 건축물로 가득하다. 그러나 지나친 채굴이 화를 불렀다. 은이 고갈된 이후 주석·텅스텐 등을 채광했기 때문이다. 광산의 경관이 훼손되면서 포토시는 지난해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다. 1982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됐던 탄자니아의 셀루스 동물보호구역도 불법 밀렵으로 동물 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지난해 이 목록에 등재됐다.

아프리카 남동쪽 섬 마다가스카르의 아치나나나 열대우림은 6000만 년 전 대륙으로부터 떨어져 고립되면서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벌목이 횡행하고 여우원숭이 등 희귀 동식물들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인 콩고의 비룽가 국립공원도 석유 채굴로 파괴되면서 유네스코가 나서야 했다.

잘못된 보존 방식으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오른 곳도 있다. 동부 유럽 조지아의 옛 수도 츠헤타의 바그라티 성당은 조지아 고대왕국의 예술적·문화적 수준을 상징한다. 그러나 유네스코는 성당과 수도원에서 진행중인 재건축 보존 프로젝트에 대해 “유적지의 진실성과 정통성을 헤치고 있다”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분류했다. 영국의 해양도시 리버풀은 ‘산업혁명의 중심도시’로 불리지만 시가 추진하는 항구 개발 사업이 도시를 망친다는 이유로 유네스코의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다.

하선영ㆍ정진우 기자 dynamic@joongang.co.kr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계곡의 문화 경관과 고고 유적(2003)
-얌의 첨탑과 고고학 유적(2002)
벨리즈
-벨리즈 산호초 보호지역(2009)
볼리비아
-포토시 광산도시(2014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마노보 군다 생폴리스 국립공원(1997)
칠레
-움베르스톤과 산타 라우라 초석 작업장(2005)
코트디부아르
-코모에 국립공원(2003)
-님바산 자연보호지역(1992)
콩고민주공화국
-가람바 국립공원(1996)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1997)
-오카피 야생동물 보호지역(1997)
-살롱가 국립공원(1999)
-비룽가 국립공원(1994)
이집트
-아부 메나 그리스도교 유적(2011)
에티오피아
-시멘 국립공원(1996)
조지아
-바그라티 성당과 겔라티 수도원(2010)
-츠헤타 역사 기념물(2009)
기니
-님바산 자연보호지역(1992)
온두라스
-리오 플라타노 생물권 보전지역(2011)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열대우림 지역(2011)
이라크
-아슈르(칼라트 샤르카트)(2003)
-하트라(2015)
-사마라 고고 유적도시(2007)
예루살렘
-예루살렘 옛 시가지와 성곽(1982)
마다가스카르
-아치나나나 열대우림(2010)
말리
-팀북투(2012)
-아스키아 무덤(2012)
니제르
-아이르 테네레 자연보호지역(1992)
팔레스타인
-예수 탄생지(예수 탄생 교회와 순례길, 베들레헴)(2012)
-바티르(남부 예루살렘의 올리브와 포도밭 문화경관)(2014)
파나마
-포르트벨로와 산 로렌소 요새(카리브 연안)(2012)
페루
-찬찬 고고 유적 지대(1986)
세네갈
-니오콜로 코바 국립공원(2007)
세르비아
-코소보 중세 유적지(2006)
솔로몬제도
-동(東) 렌넬 (2013)
시리아
-알레포 고대도시(2013)
-보스라 고대도시(2013)
-다마스쿠스 고대도시(2013)
-북시리아 고대마을(2013)
-기사의 성채와 살라딘 요새(2013)
-팔미라 유적(2013)
우간다
-카수비 부간다족 왕릉(2010)
영국
-리버풀 해양무역 도시(2012)
탄자니아
-셀루스 동물보호구역(2014)
미국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2010)
베네수엘라
-코로 항구 (2005)
예멘
-자비드 역사도사(2000)
-사나 옛 시가지(2015)
-시밤 옛 성곽도시(2015)

자료: 유네스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