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은 대사증후군 원흉 … 심·뇌혈관 질환 발병 3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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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호 22면

일러스트 강일구

‘쿡방’이 대세를 이룬 요즘, 텔레비전에서 셰프들이 온갖 요리를 만들며 침샘을 자극한다. 대개 방송시간대가 늦은 밤인 경우가 많아 방송을 보다가 야식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늦은 시간에 먹는 양이 많아지면 당연히 뱃살이 늘게 마련이다. 복부는 지방이 쌓이기는 쉽지만 팔·다리에 비해 움직임이 적어 빼기가 어렵다. 특히 복부비만은 외모 문제만이 아니라 건강 적신호를 의미해 주의가 필요하다.


올 초 부서를 옮기면서 야근이 잦아진 김모(41·남)씨는 저녁을 샌드위치로 해결하거나 거르곤 했다. 늦은 밤 집에 들어가 출출함을 달래려고 야식을 먹은 지 몇 달째.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녁이면 집주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탔지만 올해는 손꼽을 정도다. 최근 들어 체중이 부쩍 늘었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흘러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 가정의학과를 찾았다. 김씨가 받은 진단은 복부비만에 고혈압, 공복혈당 장애(당뇨 전 단계)가 동시에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이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심혈관질환이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말에 김씨는 당장 야식을 끊고 운동을 시작했다. 간식을 멀리하고 잡곡밥과 나물 반찬 위주로 시간에 맞춰 먹었고, 한 달에 2㎏ 감량을 목표로 1주일에 세 번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다.


허리둘레 90㎝(남·35.4인치)·85㎝(여·33.5인치) 이상, 혈압 130/85㎜Hg 이상, 중성지방 150㎎/dL 이상,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40㎎/dL(남)·50㎎/dL(여) 미만, 공복혈당 100㎎/dL 이상.


이 가운데 세 가지 이상에 해당된다면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본다. 대사증후군은 말 그대로 대사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뜻한다. 우리 몸은 섭취한 영양물질을 몸 안에서 분해·합성해 생체성분·필요물질·에너지를 생성하고 필요 없는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대사 작용으로 유지된다. 대사 장애가 만성화되면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비만·고인슐린혈증 등 여러 가지 심혈관계 위험인자가 동시에 나타난다.

지난해 대사증후군 환자 1000만 육박대사증후군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육체활동은 적어진 영향이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대사증후군 환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850만4867명에서 2014년 991만1256명으로 5년 동안 140만6389명(16.5%)이 증가했다. 특히 50대 이상 환자 수는 879만1962명으로 50대 이상 인구대비 2명 중 1명이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 수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많아진다. 2014년 인구대비 기준으로 30대 3%, 40대 13%, 50대 27%, 60대 26%, 70대 이상 30%다. 30~40대의 경우 남성이 여성에 비해 두 배가량 많다. 남성이 술·담배를 많이 하고, 음주 시 고열량·고지방 음식을 곁들이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세부 질환별 환자수는 고혈압 585만4037명(49.1%), 당뇨병 258만300명(21.6%), 고지혈증 144만4989명(12.1%), 심혈관 질환 102만5811명(8.6%), 뇌혈관 질환 101만5614명(8.5%) 순이다.


대사증후군 환자는 관상동맥질환·심근경색증·뇌졸중에 걸릴 위험률이 정상인보다 세 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의 80%가 대사증후군에 속하는데, 혈당 장애가 있는 대사증후군 환자는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대사증후군은 온갖 성인병을 유발해 성인병의 뿌리라고 불린다. 하지만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하기 전에는 자각 증상이 없어 소홀하기 쉽다.


대사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을 근본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분비되는 데도 인슐린 작용이 감소된 상태를 말한다. 인슐린은 세포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혈당을 세포 속으로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의 변화로 조직·골격근·간·지방조직의 세포수준에서 인슐린 기능이 떨어진다. 같은 양의 인슐린이 분비돼도 정상인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같은 수준의 혈당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인슐린혈증이 생기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고혈당이 유지되는 당뇨병으로 발전한다. 세포 기능이 떨어지면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혈관이 두꺼워져 각종 간질환이나 심·뇌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운동할 시간 없으면 대중교통 이용을특히 복부비만은 대사기능에 해롭다. 배에 쌓인 내장지방은 인슐린 역할을 방해하는 유리지방산을 만들어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주범으로 추측된다. 간혹 유전적 요인 등 다른 요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기도 한다.


대사증후군은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로 치료한다. 생활습관 개선은 섭취 칼로리 양을 줄이고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운동·식이요법으로 체중과 허리둘레를 줄이면 심혈관질환 위험요소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효과가 있다. 심장병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국가사업으로 식이요법과 생활운동 교육을 병행한 결과 콜레스테롤 위험군과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하루 30분 이상 땀을 흘릴 정도의 유산소운동으로 지방량을 줄이고 포화지방이 많은 육류 대신 생선·채소·전곡류 위주로 먹는 식습관이 중요하다. 흡연은 우리 몸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고 혈관을 두껍게 하므로, 금연이 필수다. 약물치료는 고혈압·혈전증·동맥경화성 이상지혈증 등 개별 질환에 대해 필요할 경우 적용한다.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기 어려우면 평소 많이 움직여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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