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새 카지노가 살 길 몰려야 vs 흩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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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현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꺼내든 복합리조트의 사업자 1차 통과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복합리조트가 ‘1조원 짜리 로또’로 통한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비롯한 호텔·공연장과 테마 파크 등 각종 편의시설을 한곳에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중 신규 복합리조트 사업자 추가 선정을 위한 사업콘셉트제안서(RFC·Request for Concepts) 심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RFC는 본 입찰의 후보자에게 제출받는 사업제안서(RFP·Request for Proposals) 이전에 비공식적으로 전체적인 개발 콘셉트를 제안받는 서류로, 사실상의 예비 심사다. 이번 RFC 심사를 통과한 3~4개 업체는 11월까지 RFP를 제출하며, 문체부는 이 중에서 최종 사업자(2곳 예정)를 연말 중 발표한다.

 이번 RFC 제출에는 총 34개 컨소시엄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 절반인 17곳이 인천에서 복합리조트 사업을 하겠다고 응모했다. 그 외에 서울 1곳, 부산 2곳, 경기 3곳 등이다. 국내업체로는 용유도에 입지를 잡은 오션뷰 등이, 해외 업체중엔 홍콩 CTF(미단시티, 인천항 2곳 응모), 중국 신화롄(미단시티), 캄보디아 나가코프(영종하늘도시) 등이 인천을 부지로 삼아 도전했다.

 국내 대기업·기관 중에서는 롯데(부산 북항), 수협중앙회(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코오롱글로벌(강원 춘천)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수협중앙회는 현재 운영 중인 노량진 수산시장을 새 건물로 이전하면서 기존의 수산시장 자리에 복합리조트를 짓겠다는 복안이다. 코오롱글로벌은 강원 춘천에서 운영중인 라비에벨컨트리클럽 일대에 대규모 리조트를 짓겠다고 나섰다. 수도권 및 양양공항과 가깝고,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토지 매입비 빼고 최저 투자비 1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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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에서는 리조트개발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과 호텔롯데, 롯데건설 등으로 구성한 컨소시엄으로 부산 북항을 입지삼아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신동빈(60) 회장과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 간의 경영권 다툼 후유증으로 사업권 획득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초 정치권과 업계를 중심으로 부산 북항이 유력한 복합리조트 후보지로 떠올랐는데 이번 사태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복합리조트 사업자를 2곳 더 선정해 주기로 한 것은 올해 초 정부가 제7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다. 정부는 핵심 관광 인프라 확충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내수를 활성화시키겠다며 ▶2017년까지 관광호텔 5000실 추가 공급 ▶서울 3곳, 제주 1곳 등 시내면세점 추가 허가 ▶신규 복합리조트 조성 ▶해양관광진흥지구 도입 등의 정책을 발표했었다.

 당시 문체부는 “아시아 관광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복합리조트를 추가로 세워야 한다”면서 “2곳 내외의 복합리조트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저 투자비는 1곳당 1조원(토지매입비 제외)였다.

 업계에서는 ‘영종도 + a’로 결정될 것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인천으로 입찰한 17개 사업자(컨소시엄) 중 12곳이 영종도에 카지노를 짓겠다고 나섰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해안지역에 입지해 있고, 인천공항에서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영종도에 추가로 카지노를 지을지 여부를 두고 효과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영종도에는 이미 파라다이스시티(국제업무단지)와 LOCZ코리아(미단시티)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리조트 단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11월 건설을 시작했고 LOCZ는 올해 중 착공에 들어간다. 일각에서는 ‘집적(集積) 효과’를 들며 추가 허가될 복합 리조트 두 곳을 영종도에 몰아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카지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지노 고객은 게임이 잘 안 풀리면 바로 옆 카지노로 장소를 옮기는 특징이 있다”면서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도 카지노가 밀집하면서 사람이 몰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영종도에 카지노를 잔뜩 허가해줬다가 국내 카지노업계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에는 16곳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다. 제주가 8곳으로 가장 많고, 서울 3곳, 부산 2곳 순이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 카지노의 매출을 합쳐도 지난해 기준 1조3772억원으로, 강원랜드 한 곳의 매출액(1조4220억원)에 못 미친다. 입장객도 강원랜드가 300만 명, 나머지 16곳이 296만 명이다.

중국에 쏠린 정책, 리스크 크다는 지적도

 한 카지노 관계자는 “한정된 외국인 방문객을 두고 영종도에서 과잉 경쟁을 하다가 카지노들의 수익성만 나빠질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관광외화수입은 180억 달러(21조492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4%가 증가했지만, 카지노외화수입은 13억 달러(1조5522억원)로 4.6% 성장에 그쳤다. 올해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내국인 출입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여전하다. 복합리조트 산업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내국인 출입 허용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싱가포르 등 해외 복합리조트의 사례를 보면, 리조트 수익의 80% 이상이 카지노에서 나오고, 카지노의 영업이익 중 80% 이상이 VIP룸에서 나온다. 하지만 카지노의 큰 손들은 자신이 노출되지 않고, 사람이 북적거리는 카지노를 선호한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의 카지노 대기업 샌즈가 지난해 11월 “입장 시간과 금액을 제한해도 좋으니 내국인 입장을 일부 완화해 달라”면서 서울 잠실에 11조원을 투자해 복합리조트를 짓겠다고 밝힌바 있다. 샌즈는 지난 2010년 싱가포르 남부에 82만6000㎡(약 25만평) 규모의 복합 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를 건립했다. 당시 투자 금액은 57억 달러(약 6조8000억원)로, 55층짜리 호텔 3개동에 2500여 객실, 컨벤션시설, 영화관, 카지노 등이 함께 있는 형태다.

 물론 정부와 서울시, 시민단체 등에서는 내국인의 도박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내국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현행법상 2025년까지 강원랜드 외에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가 허용되지도 않는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일변도의 관광 정책에 대해서도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관광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초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 역시 “규제를 풀어줄테니 투자를 많이 해서 유커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라”는 성격이 짙었다. 지난 8월 발표한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당시에도 언론은 물론 정부나 전문가들은 유커들의 구매에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카지노 사업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중국 당국이 ‘블랙리스트’만 작성하더라도 국내 외국인카지노업계는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 당장 지난 6월 중국에서 국내 카지노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현지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가 공안에 적발돼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상황이 됐다. 이후 3개월간 국내 대표 카지노 업체인 GKL과 파라다이스의 주가도 25% 가량 빠졌다. 중국에서 카지노 영업은 불법이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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