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금리 인하…"주식 시장 붕괴 막기 위한 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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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동시 인하는 예상했던 수순이었다. 중국 증시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자 시장에서는 중국이 강도 높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1월 이후 다섯 번째다. 지급준비율도 올 들어 세 번째 낮췄다. 이는 중국 정부가 증시를 떠받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억 명에 육박하는 중국의 ‘구민’(股民ㆍ주식투자자)들은 최근 증시 급락으로 패닉(공포)상태에 빠졌다.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은 소소한 부양책을 계속 내놓았지만 시장에서는 백약이 무효였다. 8년 만에 최대 낙폭(8.49%)을 기록한 24일 하루에만 3조9600억위안(720조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갔다. 투자자 한 사람당 7만7800위안(약 1400만원)의 손실을 봤다는 얘기다. 폭락장세는 25일에도 이어졌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선완훙위안 증권의 첸치민(錢啓敏)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아직도 바닥에 이르지 않았고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및 지준율 인하 카드는 이 때 나왔다. 더 이상 시장에서 공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장 마감 후에 전격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타오동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동시에 인하한 것은 주식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심각히 위축됐다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여주고, 종합지수는 미래 경제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다. 그러나 중국은 종종 다른 모습을 보였다. ‘주가 따로, 경제 따로’움직임이 많았다. 지수 흐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지난 개혁개방 이후 35여년간 거시 경제가 가장 좋았던 시기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였다. 2001년 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수출이 늘었고, 매년 10~14%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 기간 상하이 주가는 축 늘어졌다. 주가가 기업의 가치가 아닌 정부 정책과 투기심리에 의해 결정되기에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 폭등 장세가 본격 시작된 건 지난해 6월 중순부터다. 당시 상하이 종합지수는 2000포인트 선이었다. 그로부터 꼭 1년 후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150% 상승이었다. 반면에 지난 1년여 동안 중국 거시경제는 ‘전전긍긍’수준이었다. 7% 성장을 지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는 흐름이다. 10%를 달리던 경제가 7% 성장에 머물렀다면 그것은 불경기다. 업계는 공급과잉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러면 주가는 떨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1년간 폭등했다. 거시경제 상황이 지난 1년간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최근 중국의 수출과 산업생산ㆍ소매판매 등 주요 지표가 약세를 보인 건 사실이다. 6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8월 제조업관리지수(PMI, 47.1)는 투매를 부추기는 방아쇠가 됐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 이하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하지만 캐피탈 이코노믹스 마크 윌리암스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PMI 지수에서 서비스 부문만 떼놓고 보면 1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부동산 건설과 중공업 부문이 약세지만 중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부문인 전자상거래의 성장 등으로 서비스 부문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구조 조정에 따른 진통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모든 지표가 나쁜 것은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 경제성장률은 올 1·2분기 모두 7%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도 지난달 말 기준 3조6513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 장강상학원(CKGSB)의 지에강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각종 경제 지표를 볼 때 중국 경제가 경착륙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현재 중국의 문제는 신뢰의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는 이제 ‘펀더멘탈’ 싸움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패닉 상태로 출발했다. 다우지수는 개장 6분 만에 1089포인트가 빠졌다. 극심한 공포는, 투자자들 사이에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에 비해 하락이 지나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례적으로 증시 상황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백악관이 강조한 것도 펀더멘털이었다.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실업률은 5.3%까지 떨어지고, 산업계는 65개월 연속 1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냈다”며 “미국인들은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뉴욕=이상렬, 서울=하현옥 기자 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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