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에서 섹시 여가수로 산다는 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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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섹시 여가수로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걸그룹 포미닛의 현아가 대표적이다. 15살에 원더걸스로 데뷔해 포미닛으로 자리를 옮긴 뒤로는, 줄곧 '섹시 퀸'이다. 그녀가 무대에 오르면 공기조차 섹시해지는 느낌. 숨 쉬는 모습까지 섹시하다는 표현도 과장은 아니었다. 그래서 '현아의 섹시는 차원이 다르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섹시한 것밖에는 표현할 줄 모른다'부터 '너무 퇴폐적이다. 보기에 안좋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이번 앨범 '에이 플러스'를 발표하면서도 그랬다. 타이틀곡 '잘나가서 그래'의 티저 영상이 공개되자 '19금' 딱지가 붙었고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현아는 '섹시'란 둘 글자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현아가 갖고 있는 '섹시 철학'이 궁금했다.

-이번 앨범에 많이 참여했다고 들었다.
"디렉팅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 음원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고, 미국에서의 트레일러 촬영도 내가 낸 아이디어였다. 앨범 재킷 촬영 역시 콘셉트를 제안했고, 뮤직비디오도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이번에는 준비할 시간이 비교적 있어 신경을 많이 쓸 수 있었다."

-타이틀곡이 '잘 나가서 그래'다.
"한 번은 작곡가들이 '현아는 어디 있어'라고 날 찾다가 '걔가 잘 나가서 그래'라고 대화를 맺은 적이 있다더라. 그래서 나온 곡이다. 무대에도 그런 생각을 갖고 오른다. 내가 가장 잘 한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임하는 편이다. 이 곡은 무대를 보는 재미가 있을거다. 다른 때보다 안무를 많이 넣어 신경을 썼다. 또 시원시원한 가사도 포인트다. 직설화법을 쓰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현아하면 '일탈'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평소엔 일탈을 꿈꾸지도 않는다. 기대감도 전혀 없다. 화려한 것 보다는 소탈하게 집에서 영화를 보고 그러는 것을 즐긴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이번 뮤비를 촬영하면서 다 이뤄본 것 같다. 가장 화려하게 놀았던 것을 화면으로 담아둬 나중에 보더라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인데 술에 취한 연기를 해 재미있었다. 과감하고 화끈함을 표현하는데 있어 미국이라는 장소가 도움이 된 거 같다. 왠지 거리낌이 없고 분위기와 환경이 편안했다. 나도 나의 일탈에 놀랐다."

-뮤비가 엄청 섹시했다. 사실 너무 야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트레일러가 19금 판정이 났는데 그게 가장 화끈했다. 작정해서 놀았다. 연예인이라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 때문에 책임감도 들고, 고민도 많이 하게 된다. 행동 하나하나에도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19금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 같은건 없었다. 전체적인 곡의 맥락이나 스토리를 먼저 봤다. 노출을 하더라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과 스토리에 맞는 합당한 주관적인 기준을 갖고 노출을 한다. 이번 곡이 화끈하다보니, 내 스스로가 화끈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결심하게 됐다."

-이번 앨범에 육지담이 참여했다고.
"'언프리티랩스타'를 보고 육지담에게 연락했다. 언니·동생 케미를 보여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주변에 동생이 많이 없다. '언니 킬러'다. 보이스 톤이 다르니 새로운 느낌이 있을 것 같았다. 작업할 때도 어떻게 쓸까라고 정해둔 것이 아니라 놀면서 썼다. 가사 자체가 평소에 쓰는 말투다. 음악같지 않은데 음악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될 것 같다."

-1위 공약은.
"명동에서 프리허그를 하고 싶다. 팬들과의 소통이니까. 1위를 하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안아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새벽부터 나가겠다. 근데 1위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주는 사람들과는 나누자라는 생각이다. 음원도 좋고, 음악방송 1위도 좋다. 가장 핫한 음악들 사이에 내 음악도 있었으면 좋겠다."

-에너지가 넘친다.
"난 에너지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비춰졌으면 좋겠다. 현아라는 이름이 활기넘치는 에너지의 대명사였음 한다. 퇴폐미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섹시로 봐주셨으면 한다. 평소엔 망나니처럼 놀면서 '전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하면 거짓말쟁이다. 내가 그렇지는 않지만 최소한 '그런 것도 잘 연기할 줄 아는 아이'이고 싶다."

-청순한 컨셉트는 한 번 보여줄 수 없나.
"청순은 정말 못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잘 하는 분들이 워낙 많다. 그걸 공략해서 이길 자신이 없다. 자신 없는 것은 안 하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너무 멀리 온 것 같다.(웃음) 에이핑크·여자친구를 좋아하고 레드벨벳의 상쾌한 이미지도 좋다. 보고만 있어도 상큼해지는 것 같아서 챙겨보는 편이다."

-데뷔 멤버였던 원더걸스가 컴백했다.
"뮤비를 보자마자 예은에게 전화했다. 뭉클했다. 몸 잘 챙기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너도 잘 챙기라고 하더라. 서로 그런 걱정해주는 사이다. 누구보다도 무대를 기다렸던 사람 중 하나라서 정말 좋았다. 많은 사랑을 받는 모습이 좋았다. 다른 팀에서 다른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지지하고 리스펙트 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칭찬받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이번에 준비한 것들이 자극적인 요소에 가려지지 않았으면 한다. 이 모든 것들을 공유하고 칭찬받고 싶다는 의미에서 앨범 제목도 '에이 플러스'로 지은거다. 노래 제목이 '잘 나가서 그래'다. 그만큼 좀 잘 나갔으면 좋겠다. 스케줄도 많아서 잠도 못자고 광고도 많이 찍고 싶다. 잘나고 핫한 사람들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

엄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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