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날카롭지만 맑고 깨끗한 매화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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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2국>
○·탕웨이싱 9단 ●·김지석 9단

제3보(12~27)=시안에 가면 ‘진시황릉(秦始皇陵)’과 ‘병마용갱(兵馬俑坑)’을 많이 찾지만 무협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더 반가운 지명이 하나 있으니 바로, 중국의 명산으로 꼽히는 오악(五嶽) 중 하나인 서악 화산(華山)이다.

 중국무협이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화산검문’의 본산인데 오악 중 산세가 가장 험하고 화려한 화산을 닮아 화산파의 검법도 날카롭고 변화무쌍한 특징을 자랑한다. 이름만으로도 화사한 매화검법.

 그런데 갑자기 웬 중국무협이냐? 물론, 이유가 있다. 빠르고 사나우면서도 이질적으로 맑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김지석의 손속이 화산파의 검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김지석의 수법을 감상하면서 그 옛날 화산파 고수들의 검술을 상상하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12로 끊으면 13은 절대. 14로 외세지향을 분명하게 밝히면 15, 17은 이런 정도이며 19로는 ‘참고도’ 흑1 이하 9까지의 진행도 생각해볼 수 있다. 25까지 일단락된 실전 역시 참고도와 비슷한 결과.

 좌하귀 쪽 흑의 실리가 좋은데 26으로 외형을 완성한 좌변 백의 세력도 웅장하다. 초급자라면 허겁지겁 침입하거나 삭감을 시도하겠지만 프로는 다르다. 상변에서 좌상귀 쪽으로 다가서는 27의 담백한 도전.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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