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길~어지는 상품 이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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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신세계 이마트에서 파는 상품은 총 6만여개다. 이 가운데 2만개(약30%)는 상품 이름이 길다. 모두 10자 이상이다. '처녀들의 아침 곰탕 컵라면''남양 우리가족 칼슘사랑 우유''식이섬유를 담은 가루설록차'….

최근 상품 이름이 눈에 띄게 길어졌다. 상품 이름은 불문율같이 3~5자가 보통이다. 소비자들이 외우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이 10자 이상되는 상품 이름이 최근 많이 등장했다.

설명서 같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특히 제품 성분을 상품 이름으로 지은 게 많다. '매일 뼈로 가는 칼슘 두유 검은깨''식이섬유를 담은 가루 설록차''남양 우유속 진짜 딸기과즙 듬뿍' 등이다.

또 상품 제조과정과 사용법을 설명한 이름도 있다. '순 치킨 직화구이 김밥햄''양념 포천 이동식 갈비''삼화 오래 담은 양조간장''찬물에 흔들어 마시는 설록차''찬물에 잘 우러나는 설록차' 등이다.

주소비층을 겨냥한 긴 이름도 있다.

'처녀들의 아침 곰탕 컵라면''총각들의 아침 육개장 컵라면' 등이다. 이 밖에 영어나 프랑스어의 긴 이름도 많다. 화장품 같은 경우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영어의 '젤리 플럼피 립스틱 프리즘 바이올렛''컬러 패션네일 매우브 글래모우''폰즈 후르츠 워셔블 크린싱 크림'과 프랑스어의 '클라란스 쎄럼 에끌레르시쌍 엥땅시프''샤넬 고마쥬 까레쓰 레브르''시세이도 클레드포 보테 라크레므' 등이 있다. 소비자들은 해석하기도 어려운 긴 상품 이름이지만 화장품의 고급 이미지 등을 전달하는데 유용하다는 얘기다.

매일유업의 김동렬 과장은 이 같은 추세와 관련, "다른 제품과 쉽게 구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품 이름에 구성과 제조방법.특성 등을 모두 밝혀 마케팅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긴 이름은 상품명과 제품의 특성.사용법을 한꺼번에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건강을 강조하는 제품의 경우 신뢰감을 주기 위해 긴 한글 이름을 쓴다. 남양유업은 올해 '우유속 진짜 과즙 듬뿍'시리즈를 내놔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다른 우유에 비해 이 상품은 30%이상 더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이를 이름 덕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비싼 상품의 경우 아직도 짧은 이름을 고집한다.

태평양 건강마케팅팀의 강택중 부장은 "녹차 가운데서도 티백 등 값싼 상품은 이름이 길지만 비싼 제품은 '일로향''세작'등 두세글자의 한자어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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