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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롯데 주주총회 17일 개최…신동주, 신격호 밀서 들고 갈까

중앙일보

입력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가 될 일본롯데 홀딩스 주주총회가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일본롯데 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연결하는 핵심 지주회사다. 단적으로 한국 롯데호텔 지분 72.65%를 보유한 일본 L투자회사(12개)의 지분 전체를 일본롯데 홀딩스가 쥐고 있다.

이번 임시 주주총회은 신동빈 회장이 20일 넘게 지속된 롯데 후계갈등 국면의 종지부를 찍고자 마련한 행사다.

지난 13일 신동빈(60)회장에 이어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도 주총을 앞둔 16일 오전 11시 일본으로 출국했다.

당초 신 전 부회장은 사실상 ‘유일한 아군’인 아버지 신격호(94) 총괄회장과 함께 주총에 참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일단 홀로 출국길에 나섰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고령인데다 건강도 좋지 않아 비행기 출장은 무리인 상태”라며 “무엇보다 이제 총괄회장을 일본까지 모셔갈 (신동주 측) 세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주총을 ‘신동빈 체제 굳히기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주총의 성격 자체를 형제가 후계자리를 놓고 벌이는 사적인 표 대결이 아니라 경영 선진화 방안을 논의하는 공적인 ‘개혁주총’으로 이끌어 경영권 명분을 확고히 하겠단 의도다. 실제 주총의 핵심 안건도 경영권 분쟁과는 관련없는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사외이사 선임’이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요구한 (신동빈 회장 측)이사진 교체 안건은 빠졌다. 신 전 부회장 자신이 이번 주총에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공식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최근 롯데사태 과정에서 그룹의 폐쇄적인 지배구조가 가장 비판의 대상이 된 만큼 이를 과감히 개선해 경영 능력과 개혁의지를 인정받고, 체제를 굳히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직접 참석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주총의 2대 포인트는 ‘개혁안건 통과’여부와 ‘신동주의 반격’가능성이다.
개혁 안건과 관련해 신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 주주들 입장에서 호텔롯대 상장과 순환출자 해소는 곧 일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른 경계심리가 작동해 반대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신 회장도 일본 주주들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 안건 중 하나인 사외이사 선임을 신설하는 안건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사외이사 신설에 정관변경이 필요할 경우 참석 주주 가운데 찬성표가 66.7% 이상 나와야한다.

참고로 일본롯데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일반적으로 참석 주주 50% 이상이, 정관변경·신설과 관련한 특별안건은 참석 주주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동생에게 주총 일자는 물론 안건까지 선수를 빼앗긴 신동주 전 부회장의 대응도 주목된다.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선 우선 주총장에서 현 이사진 교체를 긴급 안건으로 내놓고 표결하자고 할 수 있다. 아니면 신동빈 회장이 내놓은 안건을 부결시키며 ‘고춧가루’를 뿌릴 수도 있다.

양쪽 모두 신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 일본롯데 우호지분이 확보될 경우 가능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정면 대응하지 않고 세력을 모아 추후 별도의 주총 개최를 요구하거나, 신동빈 회장의 일본롯데 홀딩스·L투자회사 대표이사 선임 무효소송에서 승소한 뒤 주총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재계에선 “17일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 측의 안건이 모두 받아들여질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별도 주총이나 소송은 모두 곁가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재계 일각에선 홀로 일본으로 떠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손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가 들려있을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1일 밤 급히 귀국해 닷새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아버지 신 총괄회장과 함께 머물렀다. 이 기간 동안 아버지로부터 ‘신동주 지지’ 또는 ‘신동빈 반대’ 내용을 담은 문서를 마지막 카드로 얻어냈을 것이란 얘기다.

신 총괄회장은 여전히 일본 롯데그룹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갖고있다. 주총장에서 신 총괄회장 본인의 의지가 발표될 경우 일본롯데 지분 3분의1씩을 가진 광윤사와 우리사주회, 일본내 관련 계열사 등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어찌됐든 17일 주총의 결과에 따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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