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판 이태원 살인사건 피고인 징역 13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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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안산판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고인에게 징역 13년이 선고됐다. 국민참여재판의 재판부가 줄곧 범행을 부인해온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11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44)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이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탄원서에 이르기까지 일관되지 않아 피고인 주장을 믿기 어렵다”며 “피고인 옷에서만 혈흔이 발견된 점, 범행 동기가 분명한 점, 범행에 쓰인 흉기를 씻은 이유는 범행사실을 감추려는 이유로 보이는 점 등을 볼때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정에서도 공소사실을 부인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다만 피고인의 건강이 좋지 않고,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재판에 참여한 9명의 배심원들 역시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으며 징역 8~16년의 의견을 냈다.

이씨는 지난 2월17일 오후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 사이 경기 안산시 와동의 김모(59)씨 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흉기로 김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술자리에는 이씨와 김씨, 김씨의 조카 장모(45)씨, 지인 배모(54)씨 등 4명이 있었으며 장씨는 술에 취해 잠들어 범행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배씨는 119신고 과정에서 사건현장에서 자리를 떴다. 경찰은 119에 신고한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긴급체포해 수사하던 중 자백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씨는 이후 “배씨가 범행했다”며 진술을 번복하며 법원에 탄원서를 내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 사건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해 진범을 가리지 못하는 점이 지난 1997년 서울 이태원동 햄버거집 살인사건과 비슷하다고 해 ‘안산판 이태원 살인사건’이라고 불려왔다.

수원=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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