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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내내 목 쉬도록 “독립” … 광복 이야기꾼 여성 3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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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목이 쉴 정도로 1년 내내 광복을 즐겁게 이야기합니다.” 광복절을 나흘 앞둔 11일 이옥비(74) 여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여사는 일제 강점기 저항시인인 이육사(1904~44)의 딸이다.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17차례 수감됐고 일본을 비판하는 시를 쓰다가 마흔에 생을 마감했어요. 매년 이맘 때면 아버지가 더 생각납니다.”

 이 여사는 2007년부터 경북 안동의 ‘이육사 문학관’을 지키고 있다. ‘나의 아버지 육사’라는 주제로 의열단 활동 등 아버지의 독립운동을 하루 3시간 관람객에게 이야기하면서다. 한 달에 2500여 명이 여사를 통해 독립투사의 저항 정신을 듣고 간다. “아버지를 잇는다는 생각으로 아버지의 시와 독립운동 당시 입던 옷이 있는 이곳에서 나라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경북 안동에 이 여사가 있다면 대구 중구 근대골목에는 김정자(52·여)씨가 있다. 그는 2009년부터 국채보상운동기념관과 이상화 고택~서상돈 고택~3·1만세운동길로 이어지는 ‘독립운동 코스’에서 6년째 독립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매달 300여 명이 김씨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무거운 주제의 독립운동사를 재밌게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식이다. “서상돈 선생은 쌀을 삼만 석이나 수확하는 부자였어요. 재벌급입니다. 그런데 죽을 때까지 쌀밥을 먹지 않겠다고 했어요. 다이어트를 자연스레 한 것이죠. 대신 독립을 위해 전부 기부했습니다.” 재밌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2013년부터는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연간 200차례 이상 학교·기업체 등을 돌며 독립운동사를 강의한다.

 경북 구미의 허위 선생 기념관. 이곳엔 주부 임영옥(46)씨가 광복 이야기꾼으로 활약 중이다. 그는 2013년 기념관에 우연히 들렀다가 의병을 일으켜 독립운동을 하던 중 순국한 왕산 허위(1854~1908)의 삶에 감명을 받았다. 지역을 대표하는 독립투사인 허위는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에 분개해 김천에서 의병을 일으키고 일본군과 수차례 전쟁을 벌인 의병장이다.

 그는 허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1주일에 두 차례씩 기념관을 찾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기념관 은 지난해 아예 임씨를 해설사로 채용했다. 이후 지금까지 한 달에 4000여 명의 관람객을 만나 허위의 용기있는 나라사랑을 전하고 있다. 오진영 대구지방보훈청장은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며 경북은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지역”이라며 “12곳의 독립운동 산교육장에 여전히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광복 이야기꾼이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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