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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조선소 코앞에 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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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남 거제시가 조선소 정면에 연륙교를 착공하자 해당 조선소가 반발하고 있다.

거제시는 사등면 성포리와 가조도를 잇는 가조 연륙교 공사를 2001년 말 착공했다.그러나 이 연륙교와 마주보고 있는 녹봉조선소(사등면 성포리)는 배를 진수할 때 활주거리(배가 바다로 미끄러지는 거리)를 확보할 수 없게 됐다며 법적대응을 검토중이다.<위치도 참조>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거제시가 연륙교를 설계할 때 주변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이 때문에 선박건조에 지장을 받게 된 조선소측은 배를 건조하는 선대(船臺)를 옮기고 선박건조를 중단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문제점=건조된 배는 진수식을 마치고 바다로 미끄러져 간다.주로 1만t급 이하의 화학제품 운반선을 건조하는 녹봉조선의 배들은 활주거리를 5백∼6백50m쯤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가조 연륙교 교각이 녹봉조선소 선대 끝에서 불과 4백m쯤 떨어진 곳에 세워지고 있다.배 높이도 37m쯤 되지만 연륙교는 수면과 다리간 간격이 30m밖에 되지 않는다.

교각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올 하반기부터 이 조선소를 배를 만들 수 없다.배를 진수하면 모두 교각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녹봉조선측은 이 선대에서 연간 3척의 배를 만들고 있다.따라서 선대를 회사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 해도 40억원의 이전비용이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이 선대에서의 선박 건조도 중단해야 할 형편이다.조선소측은 선대 이전에 걸리는 2년 동안 배를 건조하지 못하는 영업손실 을 감안할 경우 1백억원 이상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녹봉조선측은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거제시에 설계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조선소측은 곧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녹봉조선 김웅준(金雄俊·52)사장은 “지방자치단체마다 기업 유치에 노력하고 있는데 거제시는 오히려 기업의 생산에 지장을 주고 있다”라며 “설계 전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피할 수 있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거제시 입장=거제시는 가조도와 사등면 성포리간 바다에 6백50m의 다리와 접속도로 1.3㎞를 건설키로 하고 사업비 4백95억원으로 2001년 말 착공,2005년 완공 계획이다.

가조도는 거제도에 딸린 두번째 섬으로 4백20가구·1천4백여명의 주민들이 주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시는 U사에 설계용역을 맡겼으나 U사는 녹봉조선소의 선대이전을 보상대상으로 잡지 않은채 설계를 완성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용역회사가 설계시 주변상황을 제대로 파악못한 채 최단거리로 설계를 한것 같다”라며 “실태를 파악해 대책을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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