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잡은 ‘88라인’ … 북한전도 부탁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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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언니들이 우리를 구해줬어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미드필더 강유미(24·화천 KSPO)의 말이다. 1988년생 태극낭자들이 2015 동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의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여자대표팀은 4일 여자부 2차전에서 일본에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1988년생 조소현(현대제철)과 전가을(현대제철)이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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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안컵 여자대표팀에는 1988년생이 5명으로 가장 많다. 조소현과 전가을을 비롯해 권하늘(상무)·김도연(현대제철)·이은미(이천대교)가 27세 동갑내기다. 이들 5명은 지난 1일 중국과 1차전에선 벤치를 지켰다. 조소현과 전가을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권하늘은 부상 여파로 출전하지 못했다. 중국전에서는 정설빈(25)·이민아(24·이상 현대제철) 등 후배들이 나서 1-0 승리를 거뒀다.

 권하늘은 “후배들이 중국전을 잘 치러 대견했다. 88년생끼리 ‘일본전엔 언니들이 매운맛을 보여주자’고 결의를 다졌다”고 말했다. 주장 조소현은 0-1로 끌려가던 후반 9분 동점골을 터뜨렸고, 후반 33분 교체출전한 전가을은 후반 추가시간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역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김도연과 이은미는 풀타임을 뛰었고, 권하늘도 한국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맏언니인 골키퍼 김정미(31·현대제철)는 “88년생들이 잘해줬다. 비길 수도 있었는데 이들의 정신력이 강했다”고 말했다.

 여자축구 88년생들은 그동안 ‘낀 세대’ 로 불렸다. 박은선(29·이천대교)과 지소연(24·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여민지(22·스포츠토토) 등 쟁쟁한 선후배들에게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소연은 2010년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3위를 이끌었고, 여민지는 같은해 FIFA U-17 여자월드컵 우승을 이뤄냈다.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던 88년생들은 지난달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뤄내며 처음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더욱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여자대표팀은 8일 오후 6시 10분 북한과 3차전을 벌인다. 전가을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에 진 빚을 갚은 뒤 우승트로피를 안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우한=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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