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장단 37명 "신동빈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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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4일 계열사 사장단 37명이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긴급사장단회의 결과 채택한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조문규 기자]

한국과 일본에서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을 따르는 가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4일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대표들이 ‘신동빈 지지’를 선언하자 약속이나 한 듯 일본 도쿄에서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롯데홀딩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사장은 한국특파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신동빈 회장과 한 몸으로 일을 추진할 것”이라며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 양상에 실망한 한국과 일본의 언론과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자 두 나라의 롯데 리더들이 서둘러 상처를 봉합하고, ‘반(反) 신동빈 동맹’에 대해선 경고를 날리는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매우 안정적인 형태로 움직이고 있어서 한·일 롯데의 분리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일 형제 분할 합의설’을 일축한 것이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롯데 경영권 분쟁이 결국은 한국 사업을 신동빈 회장이, 일본 사업을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맡는 과거의 롯데 경영구도로 돌아가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할 것이라는 루머를 의식한 것이다.

 쓰쿠다 사장은 지난달 27일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를 방문해 자신을 포함한 이사 6명을 해임시킨 상황에 대해 “6명이 각 분야를 담당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해임되면 롯데는 어떻게 하느냐”며 “그런 사례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개최 시기에 대해 “지난 6월 말에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고 말한 뒤 “시간적인 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금 언제, 어떤 내용이 될지 말할 수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 37명은 이날 오전 서울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회의를 열고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현 신동빈 회장이 적임자임에 의견을 함께하고 지지를 표명한다”는 성명을 냈다. “롯데그룹의 설립자로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사장단의 존경심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도 성명에 포함됐다.

 이날 사장단 회의에는 노병용(64) 롯데물산 사장을 비롯해 이원준(59) 롯데백화점 사장, 강현구(55) 롯데홈쇼핑 사장 등이 참석했다. 선임 격인 노 사장은 “일련의 불미스러운 논란으로 인해 국민과 임직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재계 5대 그룹인 롯데를 이끌 리더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신동빈 회장”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틀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나타나 또 다른 폭탄선언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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