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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뚫고 거둔 박인비의 쾌거, 골프역사 새로 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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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꿈을 이뤘다. ‘골프여제’ 박인비 선수(27·KB금융)는 우승 트로피를 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3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에서 끝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 슬럼’을 이룬 감격의 순간이었다.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이 기록을 이룬 세계 7번째 여자골프 선수이자 첫 아시아 선수가 됐다. 쾌거를 이룬 박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박인비의 성취는 숱한 역경과 좌절을 극복한 끝에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2007년 미국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 데뷔한 박인비는 2008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3년여 동안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혹독한 고난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을 거듭해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을 단련하며 때를 기다렸다는 점도 미덕이다. 마지막 관문인 브리티시여자오픈도 삼수 끝에 뚫었다. 이번 대회도 순조롭지 않았다. 초반에 허리 통증과 샷감 난조가 얼마나 심했으면 우울증에 시달렸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박인비는 “포기하지 말자”는 말을 끊임없이 되내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갔다. 그 결과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나타났다. 3타 차 공동 5위로 출발한 그는 마지막날 7타를 줄이며 골프의 전설을 만들었다. 승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난관을 극복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다는 스포츠 정신의 승리다. 특유의 집념과 의지가 없었더라면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가족들은 힘들 때마다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딸을 성원했으며, 박인비는 “가족이 있기에 내가 있다”며 힘을 짜냈다. 유교문화에 기반을 둔 아시아적인 가족 가치가 골프라는 철저한 개인 스포츠를 ‘가족 스포츠’로 바꿔놓았다.

“골프도, 인생도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는 우승 소감은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그런 박인비에게 감동해 신발끈을 다시 질끈 동여매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올해 27세인 그가 앞으로도 자신의 길을 꾸준히 가면서 우리에게 계속 감동을 안겨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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