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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중 막노동, 법원 "휴직급여 부당수급 570여만원 반환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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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중 돈 벌다가…법원, “휴직급여 부당수급 570여만원 반환하라”

육아휴직을 낸 뒤 생계가 어려워 ‘막노동’에 나섰던 가장이 9개월간 육아휴직급여를 고스란히 토해내게 됐다. 육아휴직 기간 신고 없이 ‘취업’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고용보험법 72조1항 등을 어겼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 김광태)는 3일 최모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을 상대로 낸 육아휴직급여 반환명령 및 추가징수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09년 4월부터 A회사에서 근무하던 최씨는 부인이 출산하자 2010년 7월부터 1년간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은 최씨에게 육아휴직 급여로 매달 65만원을 지급했다. 육아휴직으로 생활비가 줄자 최씨는 육아휴직 두 달 만에 ‘투 잡(two job)’에 나섰다. 그해 9, 10월부터 연말까지 각각 13일, 36일씩 두 곳의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하지만 고용보험전산망의 ‘모성보호 중복수혜 관리시스템’을 통해 최씨가 육아휴직 기간 고용노동청에 별도의 신고 없이 취업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고용노동청은 최씨가 새로 취업한 2010년 9월부터 육아휴직 기간 말일인 2011년 6월까지의 육아휴직 급여 570여만원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또 육아휴직 기간 근로를 제공한 총 49일에 상응하는 육아휴직급여액 상당인 80여만원도 추가징수를 명령이 떨어졌다.

최씨는 불복해 고용보험심사관에게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최씨는 법정에서 “부인과 어린 자녀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전체 육아휴직 기간 중 고작 49일밖에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전액을 환수당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또 “공사현장에서 며칠 간 일한 것에 불과해 이를 법에서 정한 ‘취업’으로 보는 것도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49일 간 근로를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급여를 수령한 행위는 비록 일용노무직으로 근무한 것이라 해도 법에서 규정한 ‘취업’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그 취업일로부터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격을 상실한다”고 판단했다. 또 매월 육아휴직 급여 신청 때 신청서상에 ‘육아휴직 기간 중 다른 사업장에 취업 또는 이직한 사실이 있습니까’란 질문란에 ‘아니오’라고 표기해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받은 점 역시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제시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49일은 주 5일 근무를 가정한다면 두 달이 넘는 기간으로 결코 적지 않다”며 “고용노동청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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