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 때 외압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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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4월 2일)을 12일 남겨둔 송광수 검찰총장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긴 여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그는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8층 집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때로는 강한 어조로, 때로는 미소를 섞어가며 검찰총장으로서의 보람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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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총장은 "30년 검사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국민과 언론의 지지와 질책이 있었기에 대과(大過) 없이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다"며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고 나가는 것은 검찰의 독립성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88년 12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뒤 12명의 검찰총장 가운데 송 총장은 다섯 번째로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됐다.

화제는 이내 재임 당시의 굵직굵직한 사건으로 옮겨갔다. 송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 총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선자금 수사 등에서 정치권의 압력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법무부 등을 통해 수사 라인에 여러 형태의 압력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형태로 압력을 가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또 "배려는 하되 결코 비겁한 수사는 하지 말 것"을 후배 검사들에게 주문했다.

비겁한 수사란 상부나 외부의 힘에 의해 자기 의지와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하거나, 자기 힘을 이용해 정도(正道)가 아닌 수사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한마디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따뜻한 검찰'이 되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넘어갔다.

송 총장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생각하는 개혁 사이에 견해차가 있는 것이 외부로 비춰져서는 안 되지만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3월, 탄핵반대 촛불집회 주최자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방침을 검찰이 사전 보고하는 문제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은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그는 "(당시 법무부와 검찰의 간부가 보신탕 집에서 식사한 뒤 화해의 의미로) 강 전 장관과 팔짱을 끼고 나오는 사진이 공개돼 집사람에게 혼났다"며 웃었다.

송 총장은 당분간 독서와 여행으로 소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사건을 수임하면 후배 검사들에게 압력이 될까 두렵고, 로펌(법률회사)에 가도 얼마 전까지 자신이 수사를 지휘한 사건이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총장으로 재직한 2년은 창살 없는 감옥살이"라며 "집사람과 시장에도 같이 가고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후배들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지금까지의 경력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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