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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절하고 “중국보다 미국” … 김무성 요란했던 워싱턴 4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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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의회 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하원 의장 당시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고, 펠로시 원내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워싱턴DC=뉴시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의 한 호텔. 10층에 위치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방은 오후 11시가 넘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는 다음날인 29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할 연설문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고 한다. 김 대표가 ‘4일간의 워싱턴 외교’를 마쳤다.

 김 대표는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구석 아쉬움을 지우지 못했다고 측근 인사들은 전했다. 한국에서부터 공을 들여온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면담이 케리 장관의 이란 핵협상 청문회 참석으로 무산된 것도 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당 대표가 된 뒤 첫 미국 방문에서 더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고 한다.

 측근들에 따르면 김 대표의 워싱턴 외교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했다. 미국 내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 집권당의 차기 대선주자임을 보여주고, 국내 보수층으로부터 외교 그릇을 인정받는 게 그것이었다. 평은 엇갈린다.

 도착 첫날 참전용사들과의 만남에서부터 이어진 ‘큰절 외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너무 저자세다” “과공비례(過恭非禮·공손함이 지나치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비판론이 적지 않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절을 한 것은 괜찮지만 참전군인들 앞에서 큰절을 한 건 미국 문화로 봤을 때 머쓱한 장면이었다”며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적합한 일이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생뚱맞은 과공비례”라며 “쇼맨십 정치”라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이원종 전 정무수석은 “정치인들이 자기표현을 하는 방식을 두고 일일이 시비를 걸면 안 된다”며 “정치인들은 국민으로부터 심판받는 만큼 책임은 스스로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이정희(정치학) 교수도 “한국식으로 고마움을 표현한 것인 만큼 그냥 하나의 제스처로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보다 미국”이라며 노골적인 ‘친미’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도 논란을 불렀다. 김 대표를 수행한 당 관계자는 “다소 친중국적이라는 평을 받는 현 정부에 대한 보수층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미국의 걱정도 없애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워싱턴 정가에서 한·중 관계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데 대한 우려가 분명히 있는 만큼 집권 여당의 대표이자 대선주자의 한 사람이 ‘중국보다 미국이 우선’이라고 명시적으로 말하는 건 한·미 동맹 강화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연세대 문정인(정치외교학)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보기엔 ‘외교정책이 미국 위주로 간다’는 좋지 않은 해석이 가능하다. 김 대표의 방중 때와 방미 때 발언이 다르다면 집권당은 신뢰를 잃고, 비정부 외교에서 문제가 되면 결국 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워싱턴 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을 면담했다. 김 대표는 러셀 차관보를 만나 “일본의 역사 왜곡을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제2차 대전 종전 70주년인 올해 8·15 기념사에서 역사 왜곡을 하지 말라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셀 차관보는 “한국에는 미국이라는 친구가 있고, 자유시장을 가진 일본이 있다”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제안했다.

워싱턴=이가영 기자, 서울=김경희 기자 ideal@joongang.co.kr

미국에 차기 주자 인식시키고
국내 보수층에 인정받으려는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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