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유화 매각 막판에 꼬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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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석유화학의 매각 작업이 막판에 진통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옛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현대유화에 지원한 채권액 탕감에 반발하고 있는데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도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유화의 분리경영을 둘러싸고 LG화학-호남석유화학 컨소시엄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어 상황에 따라선 매각 작업이 적지 않은 혼선을 빚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 주관사인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은 본계약 이행 시한을 이달 말로 한달 늦추는 한편 빚 탕감과 관련한 계약서를 수정키로 하는 등 계약 마무리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매매계약서 수정 추진=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은 ▶채권단 전체의 빚 탕감안 동의▶기업결합심사 통과 등을 전제로 현대석유화학 매매 본계약을 했다.

하지만 전환사채(CB) 형태 등으로 2천3백억원을 현대유화에 지원한 현대중공업 등이 채권단의 빚 탕감안에 반발해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은 매매 계약서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 계열사의 채권액을 탕감하지 않고 컨소시엄이 그냥 떠안을 경우에는 추가 부담액은 8백80억원에 이른다.

이와 관련, 현대유화의 매각 실무팀장 격인 우리은행 박영봉 부장은 "컨소시엄에 돈을 더 부담할 것을 주문했고 컨소시엄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현대중공업 등이 빚 탕감안에 반발하는 것은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윤병춘 재무담당 이사는 "대주주 지분을 완전 소각해 채권단이 지분 전체를 갖게 됐고 그것을 팔면서 제3자에게 계약조건을 이행하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기업결합 심사 지연=공정위는 지난달 중순까지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컨소시엄이 참고자료로 제출키로 한 현대석유화학 분리 경영안을 내놓지 않아 최종 판단을 미루고 있다.

공정위 김석호 기업결합과장은 "공정위의 판단은 이미 서있다"며 "다만 컨소시엄의 분리 경영안 등을 더 보고 이달 중에 최종 판단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산라인마다의 자산평가 작업이 복잡해 컨소시엄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은 이달 말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 공정위에 일부 유화제품의 독과점 제한과 관련한 잣대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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