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CEO] 美 CA 산제이 쿠마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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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1:지난달 9일 오후 1시쯤. CA의 미국 뉴욕 아일랜디아 본사 건물 1층 카페테리아. 직원 식당에 CA 경영진들이 식판을 들고 나타났다.

웬걸. 헤드테이블에는 이 회사의 넘버2(2인자)인 스티븐 리처드 사장이 앉았다. 최고경영자(CEO)이자 회장인 산제이 쿠마는 임원들 틈에 끼여 식사를 하면서 토론을 즐기고 있었다.

#(쿠마)대답1:나는 직책에 상관없이 임직원을 존중한다. 모든 임직원은 평등하다. 점심 식사는 회장의 자격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 임직원 중 한명으로 먹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느 자리에 앉느냐가 아니라, 어떤 유익한 토론을 하느냐다.

#풍경2:인터뷰를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남아 CA 본사 부설 탁아시설을 둘러봤다. 생후 6주부터 여섯살까지의 어린이 3백50여명이 놀고 있었다. 시설부터 교육까지 최고급이었다.

나이에 맞춰 단계별로 몬테소리 교육을 해주고 있었다. 이 탁아시설은 1992년에 만들어졌다. 보모는 80여명. 어린이 네명당 보모 한명꼴이다. 여직원이 야간근무를 하면 보모도 함께 야근을 한다고 했다.

#(쿠마)대답2:소프트웨어 회사는 직원들의 창의력이 생명이다. 우리 회사에는 여직원이 많다. 아이의 보육문제 때문에 여직원들의 근무의욕이 떨어지면 되겠느냐.

보육은 회사의 의무다. 비용은 회사가 대부분을 부담한다. 창업자인 찰스 왕 명예회장의 딸도, 내 아이들도 이 보육시설을 거쳤다.

'평등'과 '창의력'은 CA가 지향하는 가치다. 하나를 덧붙인다면 '고객 우선'이다.

산제이 쿠마 회장은 소탈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대답을 빨리 할까, 아니면 받아쓰기 편하게 천천히 할까"를 기자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CA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세가지다. 첫째는 막대한 기업 유산이다. CA는 26년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기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은 반드시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즉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둘째, CA는 CA 솔루션을 통해 기업이 속도.혁신성.정확성 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는 CA가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개발함으로써, CA의 경쟁력은 한층 더 강화된다고 믿는다. "

-많은 기업이 세계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CA의 극복 전략은.

"우선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데 유연성을 갖도록 하고 있다. 구매량이나 가격, 구매 방법까지 고객들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탄력성을 준다는 것이다.

또 고객이 사용했을 때 즉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연구개발ㆍ마케팅 등 모든 기업 활동의 중심에 고객을 놓았다. 고객에게 좋은 것이 우리에게도 좋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런 제품을 통해 불황을 극복할 것이다."

-IT 업체에서 인재는 매우 중요하다. 핵심 인재들을 어떻게 확보하나.

"좋은 인재들이 와서 일하기 좋은 문화와 환경을 만든다. 개인의 기여를 존중하는 문화다. 특히 그 개인의 민족ㆍ배경ㆍ출신에 개의치 않고 존중한다. 물론 성별의 차이도 없다. 그런 문화가 있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온다.

재교육도 시킨다. 본사 및 지역별로 교육센터가 있다. 교환교육도 시킨다. 그래서 새로운 자리가 났을 때 외부에서 영입하기보다는 내부 인재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자리를 메운다."

-2년 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선택형 라이선스 제도를 내놓았다. 이 모델이 고객에게 어떤 이점을 제공하는가.

"지난 10년간의 결정 중 가장 의미있는 제도다. 예전에는 우리 제품을 사면 2년 이상은 사용해야 했다. 고객이 중간에 불만이 있어도 처음 계약할 때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3개월, 6개월 단위로 사용할 수 있다. 불만이 있으면 안 쓰면 되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 폭은 넓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책임감을 더 느낀다. 제품개발팀의 고통은 심할 것이다.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매출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더 질 좋은 제품을 내놓을 것이고, 그래서 더 건강한 기업이 될 것이다."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지.

"한국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아주 뛰어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하드웨어적 인프라로부터 최상의 가치를 이끌어내기에는 콘텐츠 측면이 부족하다. 어떤 한국 기업들은 IT의 큰 흐름인 '컨버전스'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리더들은 이러한 대세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한국에서 현재 연구개발 작업은 합작회사들을 통해 하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 비즈니스가 더 커지면 한국에 R&D센터를 세울 계획도 갖고 있다."

-세계 IT기술의 변화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세계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성장이 계속되는 분야가 있다. 이는 모바일 컴퓨터, 리눅스, 웹 서비스, 수요자 중심 컴퓨터 기술 등이다. 이런 분야가 성장하기 위해선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기회다. 새로운 컴퓨팅 환경과 플랫폼이 많이 생길수록 더 많은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문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CEO로서 경영철학은.

"강한 팀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성공은 팀원에게 돌리고, 실패는 팀장이 책임진다'는 것이 나의 경영철학이다. 팀장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면 회사는 더 강해진다. 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도 있다. 내가 임직원에게 일을 시킬 때 나도 그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뉴욕=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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