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인디밴드, 수도권 시장통서 ‘불금’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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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느낌마저 드는 경기도 성남시 구도심 상권에 서울 홍대 앞 인디밴드가 떴다. 구도심 상권 살리기 문화공연 프로젝트다. 지난 24일엔 인디밴드 ‘도리토리’가 신흥동 등갈비 식당과 인근에서 공연했다. [김경빈 기자]

금요일인 지난 24일 오후 8시 경기도 성남시의 구도심인 수정구 신흥동 상가 지역. 여성 두 명이 인도에 자리잡더니 키보드를 설치하고 통기타를 꺼냈다. 서울 홍대 앞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디밴드 ‘도리토리’였다. 이내 작은 공연이 시작됐다. 이문세의 ‘조조할인’을 부르자 주변에 금세 20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였다. 젊은이들은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고 휴대전화로 공연을 촬영했다. 여자 친구와 함께 있던 대학생 장인수(22)씨는 “쇠락해가는 구도심에서 홍대 앞 같은 인디밴드 거리 공연을 보게 되다니 뜻밖”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40분 앞선 오후 7시20분 인근의 돼지등갈비 전문 식당. 같은 밴드가 연주와 함께 노래 2곡을 선사했다. 공연에 맞춰 식당측은 손님들에게 테이블마다 맥주 한 병씩을 서비스로 돌렸다. 직원들과 회식 중이던 회사원 김모(40)씨는 “오늘 처음 공연을 대했다”며 “젊은 직원들과 어울려 가끔 이 동네로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디밴드들이 구도심과 전통시장 활성화의 열쇠로 떠올랐다. ‘젊은 손님이 와야 상권이 살아난다’는 판단 아래 지방자치단체와 상인들이 인디밴드 등을 초청한 문화 공연을 구도심과 전통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것.

 신흥동 지역 공연은 성남시가 기획했다. 이 달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매주 금요일에 인디밴드를 초청해 공연을 한다. 오후 4~5시에는 성남중앙지하상가에서, 오후 6~9시에는 수도권 전철 8호선 신흥역 주변 구도심 상업지역인 종합상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콘서트를 연다. 10월까지 모두 19개 인디밴드가 참여한다. 이에 필요한 ‘상권활성화사업비’ 6000만원은 정부와 성남시가 함께 마련했다.

 확 트인 공간뿐 아니라 점포를 돌아다니면서도 연주와 노래를 한다. 24일 등갈비 식당 공연이 그런 경우였다. 식당 주인 우용욱(54)씨는 “구도심인데다가 메르스까지 겹쳐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었는데 인디밴드 공연이 활력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용현시장에서는 택견 공연을 한다. 시장을 상징하는 캐릭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 용현시장문화관광형사업단]

 인천시 남구 용현시장은 보다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초 인디밴드를 끌어들였다. 위기 속에서 나름대로 찾아낸 돌파구였다. 용현시장은 1㎞ 거리에 대형마트 두 곳이 들어서고, 인근 지역 재개발로 3000여 가구가 이주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한 때 하루 2만여 명을 헤아렸던 손님이 5000명선으로 줄었다고 한다.

 위기를 헤쳐 나가려 30~40대 젊은 상인들이 머리를 맞댔다. 거기서 인디밴드 공연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을 공연 날짜로 정하고 ‘화목한 공연’이라 이름 붙였다. 시장 안에 ‘날아라 청년골목’을 만들어 자신들보다 더 젊은 20~30대 상인들을 불러들였다.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상인이 있어야 손님이 자주 시장에 들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나이 지긋한 손님을 계속 붙잡기 위해 인디밴드 공연에 사물놀이 공연과 태권도·택견 시범을 곁들였다. 용현시장 상인회 정태식(47) 부회장은 “‘젊은이 마케팅’에 힘을 쏟은 덕인지 이젠 손님이 하루 1만 명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8월 중에는 젊은 고객을 위한 또다른 이벤트를 준비했다. 귀신·도깨비들이 불쑥 불쑥 나타나는 깜짝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각설이와 기생 차림의 홍보요원이 손님을 끌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글=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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