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이인제 서로 '소 닭 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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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얼굴(左))총재와 이인제(李仁濟.(右))총재권한대행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발단이 된 것은 일본의 유사3법 통과다. JP는 9일 오전 라디오방송에서 옹호론을 폈다. "북한이 핵 같은 걸 가지고 괴롭히니까 최소한 주권국가로서 대응하겠다고 해 유사3법이 입법된 것으로 안다"며 "내 생각대로 안된다고 남을 덮어놓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李대행은 이날 오후 '유사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기 수시간 전에 보란 듯이 일본 의회가 이 법을 통과시킨 것은 우리 국민을 얕잡아보는 교만하기 이를데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총재와 권한대행이 전혀 상반된 이야기를 같은 날 한 것. 보기에 따라선 李대행이 JP에게 도전한 모양새다. 그동안 자민련엔 '5층 사람들'과 '7층 사람들'이란 말이 나돌았다. 총재실이 5층에, 대행실이 7층에 있는 것을 빗대어 양측의 소원한 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대선 당시 양측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대선 후엔 盧대통령에 대해 JP가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지원론을 펴고, 李대행은 "강력한 대여 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자민련 관계자는 "당사에서 마주쳐도 서로 소 닭 보듯 한다"고 했다. 李대행에 대한 월드컵 휘장사업 비리 연루설이 나왔을 때 당 차원의 대응을 할지에 대해 JP가 "내버려둬라"고 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날 유사3법 문제에 대해 참모들과 논의할 때 李대행은 "총재의 한마디가 그대로 당론이 돼선 안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의 내부 갈등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들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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