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단속 강화했다는데…불법·탈법 매매 여전히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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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울에 사는 金모(43)씨는 최근 신도시 건설 기대감으로 김포지역 농지를 평당 35만원에 계약한 다음날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직 잔금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평당 45만원을 받아줄테니 다른 사람에게 팔아라'는 제안을 받고 "하루만에 평당 10만원씩의 차익이 생긴다는 말에 바로 미등기 전매를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하고 위법 행위를 집중 단속하는데도 토지 불.탈법 거래가 판친다. 미등기전매가 성행하고, 토지거래허가를 피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땅값이 급등한 김포.파주.화성.천안.아산 신도시 예정지와 펜션부지로 각광받는 강화도와 서해안 일대, 동계올림픽 개최 기대감에 부푼 강원도 평창 등지에서 이런 행위가 많이 이뤄진다고 보고 있다.

◇미등기 전매는 '기본'=파주지역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평당 50만원에 산 대지를 80만원, 평당 30만원에 매입한 농지를 40만원에 등기를 하지 않고 되판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중간매도자는 빠지고, 계약서는 원매도자와 최종 매수자 사이에 체결한다. 매매가는 공시지가로 한다. 문제 소지를 줄이기 위해 계약서상에 '부득이한 경우에 제 3자에게 명의 넘긴다'는 단서 조항을 넣기도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에서는 허가를 받을 당시 이용 목적으로 쓰지 않는 미사용 전매도 자주 이뤄진다. 수법은 이렇다. A라는 사람이 4천5백㎡의 농지를 매입하면서 9백㎡짜리 5개 필지로 분할해 '농업경작용'으로 허가를 받는다.

그 다음 A는 이 땅을 B~F라는 5명에게 웃돈을 붙여 되판다. 이 때 농지의 경우 최소 1년 이상 실제 농사를 지어야 하므로 A는 미이용 전매에 해당된다.

김포시청 관계자는 "신도시 발표 이후에는 매일 30~40건에 달하는 토지거래허가 건으로 다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상당수의 농지가 투기꾼들에 의해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는 1천㎡ 미만으로 정교하게 쪼개져 들어온다"고 말했다.

친척이나 타인 명의로 땅을 넘기는 제3증여 방법도 사용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내에서도 증여는 면적에 관계 없이 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제재는 솜방망이=투기꾼은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는 행정력이 달려 이를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다. 김포시청 관계자는 "전담 인원은 한 명 뿐인데 허가건수는 지난 1년치 분량이 보름 만에 들어올 정도"라며 "투기꾼의 짓인지 뻔히 보이는데도 즉각 고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고발한다 해도 허가가 취소되고 벌금이나 세금을 징수하는데 한 달 이상 걸려 그 사이 여러 차례 손바뀜이 일어난다. 이 기간 땅값이 많이 올라 공시지가의 30%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더라도 수익이 생긴다는 것.

돌공인중개사무소 진명기 사장은 "양도세 등 세금이 실거래가로 매겨지는 토지투기지역은 천안시 한 곳에 불과해 대부분 지역 실제 거래가격은 유명무실한 것도 문제점" 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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