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갯벌 1㏊는 '숲의 5배' 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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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91년부터 계속된 새만금 간척사업이 개발과 환경 보전이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 사업은 전북 군산.김제.부안 일대 갯벌 4만1백ha(서울 여의도 넓이의 1백40배)를 농지와 담수호로 만드는 공사다. 현재 70%쯤 끝났는데, 완공되면 1년에 쌀 14만t(국내 생산량의 3%)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갯벌 보존의 가치가 더 크다며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 사업 논란을 계기로 갯벌의 가치와 지속 가능한 환경 개발 방안을 살펴본다.

갯벌은 지구 생태계 면적의 0.3%에 불과하다. 하지만 97년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Nature)'가 추정한 경제적 가치는 전체 생태계의 5%에 이른다. 이는 지구의 모든 호수와 강이 지닌 가치와 맞먹는다.

갯벌 1㏊(1만㎡)의 가치는 연간 9천9백90달러(하구는 2만2천8백달러)로 농지의 1백배 이상, 숲의 5배에 해당한다. 환경부는 국내 갯벌의 가치를 네이처보다 높은 2만4천3백15달러로 평가했다. 수산물 생산과 어류 서식지로서의 가치가 외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갯벌은 육지에서 흘러드는 토사와 해안에서 조류에 의해 운반된 모래.점토 등 입자가 파도가 잔잔한 곳에 오랫동안 쌓여 생긴다. 갯벌 10m가 쌓이는데 2천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서.남해안에 약 2천3백93㎢(국토면적의 2.4%)가 분포해 있다.

갯벌은 과거에는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 80년대 후반부터 간척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하천.해수 정화, 홍수 조절 기능, 생태적 가치 등이 밝혀지면서 보전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육지에서 흘러든 오염물질이 갯벌에 쌓이면 그곳에 사는 미생물들에 의해 분해된다. 갯벌 10㎢는 인구 10만명이 배출하는 오염물질 정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갯벌엔 유기물과 영양염류가 풍부해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한다. 대부분의 해안생물과 조류들이 먹이를 섭취하고,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태풍.해일 때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갯벌은 어민의 삶의 터전이다. 어업 활동의 90%가 갯벌과 관련이 있다. 문제는 영토가 좁고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갯벌 개발이 땅을 넓힐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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