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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다녀 온 뒤 가장 탈 많은 곳은 ㅁ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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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 22면

중앙포토

서울 강서구에 사는 우상원(가명·45·직장인)씨는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워터파크를 다녀왔다. 그런데 귀가 붓기 시작하더니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새벽 내내 통증에 시달리다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원인은 물 속 녹농균. 귀를 거쳐 안쪽 뼈까지 염증이 번졌다. 의사는 “우씨가 당뇨병이 있어 균에 더 취약했다”고 설명했다. 우씨처럼 여름철 물놀이를 즐기다 건강을 헤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놀이의 계절, 물조심의 계절

물놀이 후 가장 탈이 많이 나는 곳은 귀다. 하지만 물이 들어갔다고 해서 모두 질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허찬욱이비인후과’ 허찬욱 원장은 “외이(귀 구멍 입구에서 고막 사이 공간)와 중이(고막 안쪽) 사이 고막이 있어 물이 못 들어오도록 막는데 물이 좀 들어간다 해도 한 쪽으로 기울여 톡톡 털고 기다리면 마른다”며 “건강한 사람은 물이 들어가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쿠버 다이빙 땐 고막 손상 조심
문제는 물이 안 나온다고 귀를 파는 경우다. 물이 차 있는 느낌이 싫어서 면봉을 끝까지 밀어 넣어 물을 빼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허 원장은 “물에 불은 귀 안쪽을 여기저기 파다 보면 상처가 쉽게 생긴다. 이 상처 틈으로 녹농균 등 세균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염증이 생기면 처음엔 통증·가려움·귀먹먹함 등이 생긴다. 심하면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소리귀클리닉’ 신유리 원장은 “증상이 시작될 때 빨리 병원에 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항생제나 스테로이드를 하루 2~3회 바르면 보통 1주일 내로 증상이 호전된다”고 말했다. 치료가 늦어져 염증이 심해지면 청력이 떨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면역질환 등을 가진 사람은 염증이 옆머리뼈를 침범해 골수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는 고막을 조심한다. 신 원장은 “잠수 시 갑작스런 압력 변화로 고막이 손상될 수 있다. 소리가 잘 안 들리고 웅웅거리는 이명이 생긴다. 출혈로 귀 안에서 피가 흘러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염증만 심하지 않으면 2~3개월 내로 다시 재생 된다. 고막이 50% 이상 손실된 경우 연골·지방 등을 이용한 고막 재생술을 받아야 한다. 허 원장은 “당뇨병이 있거나 귀 질환이 잦은 사람은 맞춤 이어몰드(귀마개)를 끼면 좋다. 다이빙 시 압력 변화에 대처하려면 물놀이 전 입과 코를 막고 숨을 뱉는 발사바법(valsalva)을 자주 해주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놀이 때는 눈도 조심해야 한다. 물 속 아데노바이러스와 엔테로바이러스가 문제가 된다. 아데노바이러스는 주로 눈의 까만 동자(각막) 부위에 염증을 일으킨다. 바이러스 감염되면 3~5일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처음엔 눈이 아프다가 이물감을 느끼고, 염증이 퍼져 눈꺼풀도 붓는다. 심해지면 귀까지 아프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태임 교수는 “염증이 심해지면 까만동자에 흰 점 같은 염증 물질이 생겨 시력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데노바이러스에는 항생제가 든 안약을 넣는다. 가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먹기도 한다.

엔테로바이러스는 까만 동자가 아닌 흰자위(결막)를 주로 침범한다. 혈관을 터트려 눈이 빨갛게 되는 게 특징이다. 안구통증·이물감은 물론 전신무력감이나 근육통도 생긴다. 역시 항생제를 넣어 치료한다. 초기라면 1~2주 내로 치료된다.

물놀이를 할 때는 콘택트렌즈는 빼는 게 좋다. 주로 고인 물에 가시아메바라는 원충(protozoa)이 사는데, 눈에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렌즈와 눈 사이에 붙어 염증을 유발한다. 김 교수는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각막 궤양·천공(穿孔)까지 생길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라고 말했다. 렌즈 대신 시력 보정용 물안경을 끼고, 어쩔 수 없이 렌즈를 껴야 한다면 1회용 렌즈를 끼고 자주 갈아준다.

어린이에겐 농가진 생기기 쉬워
물놀이 후에는 피부질환도 생기기 쉽다. 가장 흔한 게 농가진(膿痂疹)이다.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원장은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잘 생긴다. 여름철 휴가 시즌이 지나면 농가진으로 병원을 오는 환자가 꽤 많다”고 말했다. 얼굴과 전신에 붉은 반점이 생기다 물집이 생기고, 이후 노란색 벌꿀모양의 딱지가 생긴다. 그냥 물집에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증상 초기에는 연고로 치료하면 쉽게 낫는다. 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고열이 나고 폐렴·뇌수막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수영장 바닥이나 공용 발수건으로 잘 옮는 질병도 있다. 사마귀 바이러스는 피부에 티눈 같은 각질층을 만든다. 단순히 굳은살로 알고 수개월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간단한 냉동 치료로도 없앨 수 있지만 그냥 놔두면 뿌리가 깊어지고 통증도 심해진다. 도려내고 그 안에 독한 약을 넣어야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

무좀도 잘 생긴다. 초기 증상은 ‘흰 버짐’이다. 단순히 건조해서 생긴 각질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로션을 발라도 해결되지 않고 증상이 더 심해진다면 무좀균에 옮은 경우다. 초기에는 2주 만 연고를 잘 발라도 낫지만 놔두면 치료가 힘들다. 강 원장은 “요즘 무좀약은 독하지 않고 효과도 좋다. 발톱까지 파고든 심한 경우는 레이저로 치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영장에서는 미끄러지지 않는 실내화를 신고 다니고, 공용 발 매트는 쓰지 않는 게 좋다.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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