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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승인, 삼성 안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이 17일 통과됐다.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반대 공세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통과되자 삼성은 안도했다.

먼저 합병안 통과를 시킨 곳은 제일모직이었다. 제일모직은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건물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안을 가결시켰다고 밝혔다.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 삼성물산의 합병 승인은 참석한 주주들이 당초 예상보다 많아지면서 2시간 남짓 더 소요됐다. 위임장을 포함해 이번 표결에 참석한 주식 수는 1억 3054만 8184주로, 참석률은 83.57%에 달했다. 찬성 주식 수는 9202만 3660주로, 찬성 비율은 69.53%로 집계됐다.

이번 합병안 가결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더해 세우게 되는 '신(新) 삼성물산'이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복잡했던 순환출자 구조에서 벗어나 '신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일자형 형태로 바뀐다. 삼성이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의 비율로 세워지게 되는 회사의 이름을 '삼성물산'으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일모직은 합병 당시 "삼성물산이 그룹의 모태가 됐던 상징성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오는 9월1일 출범하게 되는 신 삼성물산은 연간 매출 200조원을 거두는 삼성전자에 이은 거대 회사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최대 주주는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의 지분은 16.5%다.1년 넘게 와병 중인 이건희(73)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급인 삼성물산의 탄생은 이 부회장의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회장(2.9%)에 이어 각각 5.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42) 제일기획 사장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제일모직의 전신인 삼성에버랜드 시절부터 경영전략담당을 맡아 경영에 참여해왔다.삼성물산의 고문까지 겸해와 새 삼성물산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경영기획담당으로 패션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내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사실상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먼저 엘리엇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지난 5월26일 합병안을 발표한 이후 두달 남짓 삼성 측과 분쟁을 벌여왔다. 이사회 멤버 교체 요구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언급할 정도로 적극적인 엘리엇을 어떻게 함께 끌어안고 갈지, 약속한 주주환원 정책을 어떻게 실행할지를 고민하고 보여줘야 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 외에도 삼성물산의 주주인 삼성SDI와 삼성화재의 지분 각 1%를 매입한 바 있어 이번 합병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통해 압박을 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통상의 주주총회 참석률(60%)을 훌쩍 뛰어넘는 상황에서 합병안 통과를 이뤄낸 건 소액주주의 힘이었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연금(11%)에 이어 소액주주들의 찬성이 없었다면 엘리엇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헤지펀드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이 힘을 보탠 만큼 새 회사가 한국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회사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예·임지수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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