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음악의 나라 한국에 라이브 공연장을 허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알베르토 몬디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한국에 살며 “가장 그리운 게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고국의 ‘음식’이나 ‘분위기’라는 답을 기대한 분이 많았겠지만 내 대답은 “라이브 공연”이다. 이탈리아에선 아주 작은 마을에도 라이브 공연을 하는 퍼브나 클럽이 있다. 음악 장르도 다양해 취향에 따라 골라 들을 수 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 찾았다. 유명 밴드나 가수의 음악이 아니라 한국에서 ‘인디음악’으로 부르는 장르를 즐겼다. 일반인들이 상업적 목적 없이 취미로 만드는 음악이다.

 이탈리아에선 대부분의 퍼브나 술집이 공간만 허락하면 연주 공간을 만든다. 나도 친구들과 결성한 밴드와 함께 주말이면 베네치아 근교에서 연주하며 용돈을 벌었다. 가게들이 라이브 공연을 유치하는 목적은 손님을 끌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한잔하러 갈 때 이왕이면 문화도 즐길 수 있는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밴드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돈을 벌 수 있고, 손님들은 음악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서울에 온 뒤 한국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곳을 찾았지만 인구에 비해 지나치게 적었다. 일 년에 두세 차례 일본과 한국에서 공연하는 한 덴마크 재즈음악가로부터 “도쿄만 해도 재즈바가 몇백 개나 되는데 서울은 큰 도시임에도 그런 곳이 많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재즈 뮤지션들의 실력이 대단한데도 이를 펼칠 연주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는 재즈는 물론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밴드가 활동하지만 공연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인디·학생 밴드는 특히 심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공연이 홍대 쪽에서 진행돼 공연장을 찾아가기도 만만치 않다. 라이브 연주 공간이 부족한 것이 문화 차이 때문인지, 수요가 적어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선 너무도 아쉽다.

 한국에 새로운 음악을 고루 들을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현재 한국 음악, 특히 아이돌그룹들의 음악은 아시아는 물론 남미와 유럽에서도 인기다. 한국은 이를 통해 문화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문화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주류 상업음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디음악이나 대학·동네에서 만들어지는 개성 있고 다양한 음악이 필요하다. 문화적·음악적 기반이 넓어져야 주류 음악이 여기서 자양분을 얻을 수 있다. 라이브 공연장은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만드는 공간이다.

알베르토 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