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이 전하는 노무현·문재인·안철수 등 이야기…'누가 지도자인가'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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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신당 창당을 위해 일부 의원이 탈당한 2007년 5월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로 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정동영 전 의장에게 “도리의 정치를 하라”는 말은 전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박 전 원내대표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당시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이들을 일일이 거론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정운찬 총장은 몸을 던지지 않아 대선주자가 될 수 없고, 고건 총리는 애초부터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노 대통령이 말했다. 김근태 전 의장, 천정배 의원, 유시민 장관을 언급하면서도 노 대통령은 의외다 싶을 정도로 낮은 점수를 줬다”고 전했다.

박 전 원내대표가 기자로 20년,정치인으로 10년을 보내며 정치인들과 만난 경험담을 담아 『누가 지도자인가』(마음의숲)를 15일 발간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는 꼭 필요한 말만 조용히 에둘러 표현하는 편이었다. 대화 중 자신의 생각이 잘못 이해되는 듯 해도 곧바로 지적하지 않는다. 반면 문재인 후보의 화법은 상대가 반론을 제기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에 동의한 것처럼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단일화 과정, 안 후보의 사퇴 이후 공동유세 과정에서 이같은 화법의 차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난관이 만들어졌다.

▶ 2012년 11월 23일 ‘여론조사 50% + 가상대결 50%’ 방식의 중재안을 놓고 문재인·안철수 후보측 인사들이 벌인 협상이 결렬됐다는 전갈을 받을 무렵인 오후 6시쯤 문 후보가 전화를 걸어왔다. “오늘 밤에 만나 마지막 중재안이란 것을 같이 생각해봅시다.” 중재안을 받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비슷한 시간 안 후보쪽 한 인사가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하지만 발표가 있을 것 같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협상팀이 사무실에서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기 시작할 때쯤인 오후 8시 20분. 안 후보의 후보 사퇴회견이 생방송됐다.

▶ 2012년 대선 투표일을 사흘 앞두고 안 후보가 투표 후 미국으로 가 한두달 체류할 예정이란 보도가 나왔다. 야권 성향 유권자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그런데 안 후보는 미국행에 대해 사전에 문 후보와 이야기를 나눴고, 문 후보가 당선됐을 때 자신이 서울에 없는 것이 ‘백의종군’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훗날 안 후보는 문 후보가 당연히 선거에 이길 것으로 보고 택한 미국행이었다면서 “질 경우를 예상했어야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 2014년 세월호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진행된 도보 행진에 문재인 의원이 참여했다. 그의 의사표현은 단식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단식은 협상에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특히 침묵하는 다수가 찬성했던 8월 19일 2차 협상안을 놓고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 의원의 단식은 나를 곤혹스럽고 힘들게 하는 상징적 사건이 됐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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