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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의 거시경제 읽기] 잠재성장률 하락, 구조개혁으로 돌파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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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호 18면

한국 경제의 중기 성장률 2%대 진입은 현재진행형이다. LG경제연구원이 7월 초순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전망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한국은행이 2.8% 전망치를 내놓았다. 메르스 충격이 잦아드는 등 하반기에는 다소 나아진다 해도 연간 3%에 못 미칠 거라는 전망이다.

그렇지만 2%대 후반보다는 중반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올해 2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을 0.4% 내외로 봤다지만 추가 데이터가 확보되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대외경제환경도 녹록하지 않다. 그렉시트 우려와 유럽경제 불안, 중국의 주가급락과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 불안요인이 퍼지고 있다. 연간 3% 성장할 수 있다는 정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추가경정예산이 제때 집행되고, 투자활성화 대책이 효력을 나타낸다는 것을 전제한 것으로,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만족할 확률은 높지 않다.

경기의 중장기적 흐름 중요
중요한 것은 올해의 3%대 진입 여부가 아니라 중장기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평균 3.2% 성장했고, 기저효과가 사라진 지난 2011년부터 4년간은 3.0%를 나타내고 있다. 그나마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의 결과다. 추경은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14회, 거의 매년 한 차례씩 편성됐으며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5.25%에서 올해 6월 1.5%까지 낮아졌다. 적극적인 거시정책조합이 없었더라면 3% 수준의 성장마저도 어려웠음을 말해준다.

강일구 일러스트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으로 위축되고, 2020년 대에는 1%대 중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자본투입 둔화추세와 생산성의 낮은 성장기여도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서다. 특히 2016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 나타나는 노동투입감소가 성장세를 갉아먹는 주된 요인이다. 고용률이 완만히 상승한다고 가정해도 향후 5년간 노동투입의 성장기여도는 0%포인트로 둔화하고 2020~2030년 중에는 -0.5%포인트로 악화할 전망이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변화와 생산성 증가세 둔화 외에도 커다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되면 충격으로 투자가 위축되는데다, 이후에도 투자에 대한 기업의 태도가 보수화되는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약화한다.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엔 고용부진 장기화로 노동생산성이 낮아지고 금융을 중심으로 한 규제강화로 혁신이 약화하기도 한다. 90년 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 평균성장률이 그 이전 10년은 9.1%였으나, 외환 위기 이후 10년간은 4.7%로 큰 폭 하락했다. 2000년대 중반 세계경제의 초호황 당시 우리가 세계경제성장세에 못 미쳤던 것도 외환위기와 카드사태를 겪으면서 경제위기가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렸던 사실과 관련 깊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성장률을 3%대 중후반으로 놓고 2%대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보다는 사후적인 평균 성장세를 기준으로 추세 하락을 인정하는 것이 장기적 시각에서 바람직한 대응일 수 있다. 우선, 재정지출확대로 국가부채 급증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GDP 대비 35.7%로 선진 27개국 가운데 16위 수준이지만 급격한 노령화와 맞물려 2~3년 내 40%를 돌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음, 더 중요한 포인트로 구조개혁과 같은 장기적인 문제에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

반복적 추경 바람직하지 않아
후대에 빚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해 지속성장의 기반을 물려주는 것이 낫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경기부양과 구조개혁 모두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추경의 예를 들면, 국민을 설득하기도 어려운데다 국회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정부의 정책추진력이 소진되기 쉽다. 노동시장과 공공부문 등의 구조개혁과 더불어 특히 내수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나라 GDP의 61%로서 제조업 규모의 1.9배에 이르는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정체하면서 제조업에 비해 훨씬 낮은 성장을 보여왔고 이것이 저성장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에야 큰 폭의 세수부족에 메르스와 가뭄이 겹쳐 추경의 필요성이 어느 정도 인정됐지만 장기 성장추세를 감안할 때 반복적인 추경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예산수립의 전제가 되는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세수부족이 매년 반복되는 만큼 세입확충과 지출축소를 포함한 장기적 재정건전화 계획을 조속히 정립해야 할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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