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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熱風' 드디어 잡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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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아파트 분양시장에 지난 7일 전격 시행된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 전매 전면 금지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아예 팔 수 없는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반면 같은 투기과열지구라도 한 번 전매할 수 있는 일반아파트나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운 주상복합아파트 계약률은 예상 외로 높다. 가수요자들이 쉽게 계약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아파트의 경우 지난 7일 이전에 계약한 경우 분양권을 한 번 되팔 수 있지만, 이날 이후 계약날짜가 잡힌 것은 입주 때까지 팔 수 없도록 돼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분양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크므로 선별 청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약.계약률 희비 엇갈려=7일 이후 계약일이 잡힌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뚝 떨어졌다. 금강종건이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내놓은 금강에스쁘아는 지난 3일 지역 1순위에서 0.5대1의 경쟁률에 그쳤다. 4일 수도권 1순위에서도 미달됐다.

역시 3일 청약한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우민늘사랑(96가구)에는 지역 1순위자가 51명이었고, 다른 수도권 지역 1순위자는 한 명도 청약하지 않았다.

지난 3~4월 수원과 부천에 나온 다른 단지들은 지역 1순위에서 최고 1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었다.

금강종건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확대 등의 정부 조치가 없었다면 1순위에서 무난하게 마감됐을 것"이라며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 외에는 분양에 관심을 거의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행정수도 이전 호재 등으로 단기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던 충청권에서도 청약 거품이 빠지고 있다.

대우건설이 충북 청주시 가경택지지구에 분양한 푸르지오 아파트 5백75가구는 지난 5일 3순위에서 2.8대 1로 마감됐다. 2월 초 청주시 봉명동에 분양한 현대아이파크는 3순위 경쟁률이 14.7대1이었다.

반면 같은 투기과열지구라도 7일 이전에 계약, 한번 전매가 가능한 아파트는 계약률이 높았다. 가수요가 대거 몰려 1순위에서 평균 10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경기도 양주군 삼숭리 LG자이(2천8백64가구)는 지난 2~5일 91%의 초기 계약률을 기록했다.

LG건설 관계자는 "중도금 부담이 없고, 한번 되팔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세차익을 노린 사람들이 많이 계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계약을 치렀던 동두천시 송내지구 현대아이파크는 정식 계약기간 동안 78% 팔리는 데 그쳤지만 예비당첨자들이 가세해 지난 5일에 95%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 이안아파트와 장당지구 우미이노스빌도 지난 2~4일 당첨자 90% 이상이 계약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주상복합 인기 식을 줄 몰라=서울 광진구 자양동 더샾스타시티 주상복합아파트 1천1백76가구의 경우 지난 3~5일 계약기간에 당첨자의 95%가 계약했다고 포스코건설은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세청이 투기 혐의자에 대해 세금 추징 방침을 밝혔지만 앞으로 3백가구 이상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가 금지됨에 따라 1천가구가 넘는 대단지에 대한 희소가치가 높아져 계약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우미래사랑, 서울 용산구 문배동 이안에행복2차도 초기 계약률이 80% 이상 나왔다.

웃돈 호가는 높지만 단속 때문에 매도자.매수자 모두 관망세를 보여 분양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샾스타시티는 평형에 따라 최고 8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지난달 21일 48.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서울 송파구 잠실동 월드메르디앙 웃돈 호가도 2천만~4천만원에 이른다. S공인 김모 사장은 "일단 '소나기'를 피하자는 분위기지만 조만간 분양권 전매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묻지마 청약 하지 말아야=앞으로 분양되는 단지들은 청약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기지역이나 브랜드 가치가 큰 단지에는 입주 이후까지 염두에 둔 장기 투자자들이 있어 경쟁률 하락이 두드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중코리아 한광호 실장은 "수도권 외곽 등 투자가치가 높지 않은 곳은 주로 지역주민들에 의지해야 하므로 순위내 마감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기단지라도 몇년 뒤 주택시장을 내다봐야 하는 부담 때문에 어느 정도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전매제한이 없는 3백가구 미만의 주상복합아파트와 기존 분양권에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아파텔(주거용 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 상품이 인기몰이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장원.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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