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제부가 몽골 전 대통령 사기 피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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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흐바야르

부패 혐의로 몽골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사면돼 한국에 체류 중인 남바린 엥흐바야르 전 몽골 대통령을 다시 법정에 세우려는 몽골 정부의 노력이 끈질기다. 지난 2일 몽골 수도 울란바타르 현지에서 만난 몽골 반부패수사국(IAAC) 당국자는 “이미 재판을 통해 판결이 난 건 외에 4~5건의 부패 사건에 그가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인과 관계된 건도 있어 한국 검찰 당국에 협조 요청까지 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울란바타르 시내 중심가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블루스카이 호텔이 엥흐바야르와 관련돼 있다고 수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호텔은 엥흐바야르가 대통령 재직(2005~2009년) 당시 건축 허가가 났다. 허가를 따낸 사람은 한국인 김모씨. 그는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던 인물로 한국에서 자금을 조성해 이 호텔에 투자했다. 이후 김씨는 엥흐바야르 전 대통령의 여동생과 측근에게 호텔 지분을 배정해 수익을 올리게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한국에 돌아간 상태이고 IAAC는 한국 검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블루스카이 호텔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알아랍’ 호텔을 연상케 하는 모양으로 105m, 25층 높이의 5성급 호텔이다. 이곳 19~23층에 조성된 아파트엔 몽골의 권력자와 유명인들이 살고 있다. 엥흐바야르도 이곳 22층에 저택을 마련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블루스카이호텔

또 엥흐바야르가 2011년 울란바타르 시내에 위치한 건물을 150만 달러에 구입키로 해 놓고 실제론 50만 달러 밖에 지불하지 않았다는 미국인 매도자 앨런 긴스버그의 주장에 따라 그를 사기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도 했다. 이 건물은 엥흐바야르 자신이 당수로 있는 몽골 인민혁명당(MPRP) 당사로 쓰이고 있다. 긴스버그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제부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국유재산이던 몽골 UBS 방송국을 대통령 재직 당시 민영화하면서 방송국 지분 20%를 친척 명의로 만들어 착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엥흐바야르는 2012년 몽골 대법원으로부터 대통령 재직 중 국유 재산이던 우르그 호텔과 ‘울란바타르 타임스’ 신문 인쇄공장을 자신의 아들과 여동생 등 가족 명의의 민간회사에 넘긴 사실이 인정돼,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로 2년 6월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09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그는 자신의 체포와 기소에 대해 여권의 정치탄압이라 주장했다. 형이 확정된 후엔 수감 기간 대부분을 정부 고관들을 치료하는 제2종합병원에서 보냈고, 2013년 8월 건강상의 이유로 대통령 사면을 받았다. 이후 가족들과 주로 한국에 머물러 왔다. IAAC에 따르면 그는 현재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호텔 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울란바타르=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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