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세렌디피티' 사별한 아내의 마지막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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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여주인공은 남자의 연락처가 적힌 1달러를 길거리에서 사용한다. 그녀는 남자에게 “우리가 운명이라면 이 1달러가 돌아올 것”이라 말한다. 7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녀는 그 지폐를 우연히 발견해 남자에게 연락한다. 제목의 의미처럼 ‘뜻밖의 발견’이다.

이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났다. 아내를 사별한 남성이 아내가 샌드위치를 샀다가 과거에 아내가 서명했던 1달러를 발견했다. 미국 코네티컷에 사는 피터 비엘로의 사연은 ABC방송의 아침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가 6일 보도했다.

2001년 비엘로의 아내 그레이스는 암을 선고 받았다. 수술과 화학요법으로 완치된 듯 했지만 3년 후 암이 재발했다. 비엘로는 치료 중인 아내 곁을 매일 지켰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수 년 간의 화학요법으로 지쳐있었다. 그는 아내의 투병 5년째인 2009년 아내에게 1달러 지폐에 서명하게 한 뒤 자신의 지갑에 넣었다. 그는 아내의 서명이 들어간 지폐를 약 1년 간 보관했지만 장을 보다가 실수로 사용했다. 어디서 돈을 사용했는지 기억도 안 나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아내에게 지폐를 잃어버렸다고 고백했다.

지폐가 사라졌지만 부부의 사랑은 계속됐다. 그레이스는 13년간 투병 후 결혼 50주년인 2014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아내가 13년이나 견딘 건 내가 헌신을 다해 간병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사별한 지 1년 후 그는 손녀 애슐리와 함께 샌드위치 가게에 갔다. 샌드위치를 사며 10달러를 내고 잔돈 3달러를 받았다. 그런데 그 중 한 장에 아내의 서명 ‘그레이스 B’가 적혀있었다. 비엘로는 이를 발견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곧장 그레이스의 무덤을 찾았다. 그는 아내의 무덤에 지폐를 보이며 “여보, 이것 봐, 당신의 돈을 다시 찾았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돈을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되찾게 돼 너무나 기뻤다”며 “5년이나 지났는데 지폐를 다시 만난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우연히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 있었던 그에게 사랑이 선물한 ‘세렌디피티’였다.

이유경 인턴기자(연세대 정치외교 3학년)

[사진]
그레이스의 서명이 들어간 1달러 지폐.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
피터 비엘로와 부인 그레이스.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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